알코올이 암을 유발한다는 경고문구를 주류 제품에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4일(현지시간) 비벡 머시 미국 의무총감(SG) 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보고서를 통해 "알코올은 미국 내 예방 가능한 암 발병 원인 중 3위"라고 밝혔다. 담배와 비만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10만 건의 알코올 관련 암이 발생하고, 2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2잔의 음주만으로도 여성 100명 중 5명, 남성 100명 중 3명이 추가로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적정 음주량'으로 여겨졌던 기준마저 흔들리고 있다. 미국 보건당국은 수십 년간 여성 하루 1잔, 남성 하루 2잔 수준의 음주는 무해하다고 봤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하루 한 잔 미만의 음주도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정설로 자리 잡았다.
현재 미국의 주류 경고문구는 1988년부터 시행 중이나, 암 유발 위험은 포함돼 있지 않다. 임신 중 기형아 출산 위험, 운전능력 저하 등만 언급돼 있을 뿐이다. 이는 1964년 담배의 발암성이 밝혀진 후 이듬해 경고문구가 의무화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류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머시 의무총감의 보고서 발표 직후 유럽과 미국의 주요 주류기업 주가가 최대 3% 이상 하락했다.
다만 정권 교체기를 맞아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머시 의무총감이 곧 재닛 네셰이와트로 교체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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