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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고 KAIST·GIST 합치자" 국교위서 나온 깜짝 제안

■'지방대 구조개혁 방안' 보고서

거점 국립대 '통합캠퍼스' 구축

연구중심 국립대학으로 특성화

과학기술원 4곳 재편안도 제시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2024년 11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8차 국가교육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 9곳을 서울대와 통합해 ‘서울대 10개’를 만들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을 합쳐 ‘초거대 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하자는 제안이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내부 논의 과정에서 제기됐다.

5일 서울경제신문이 확인한 국교위 전문위원회 작성 보고서 ‘수요자·공급자 균형적 관점의 지방대 구조개혁 방안’에는 강원대·충북대·충남대 등 9개 거점 국립대를 서울대와 통합해 ‘1대학 다(多)캠퍼스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이 담겼다. 전남대 광주 캠퍼스, 부산대 양산 캠퍼스 등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의 메인 캠퍼스를 합쳐 국립 통합연구중심대학(가칭 국립 한국대학교)을 설립하자는 제안이다. 지방대 위기를 극복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연구 중심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컬 대학 사업이 지역 내 대학 통폐합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서울대를 중심으로 상향 평준화를 통해 전국적인 대학 통합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 통합 연구 중심 대학의 각 지역 캠퍼스는 해당 지역 산업과 연계된 특화 연구를 수행하도록 설계된다. 통합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 거점 국립대의 부속 캠퍼스는 각 시·도 내 일반 국·공립대와 통합해 새로운 형태로 재편한다. 연구 중심 대학은 학술 연구에 전념하도록 하고 나머지 지역 대학은 실무 교육과 지역 산업 인력 양성에 집중하는 구조다.

이 구상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을 모델로 삼았다. 캘리포니아 대학(UC)은 10개의 독립된 연구 중심 캠퍼스가 각각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며 학문과 연구를 담당하고 주립대(CSU)는 실무 중심 교육을, 커뮤니티 칼리지는 직업 교육을 맡는다. 이를 본떠 한국에서도 대학의 연구와 교육 기능을 분리하고 연구 중심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게 보고서의 핵심 주장이다.



보고서에는 KAIST·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과학기술원 4곳과 한국에너지공대(KENTECH)를 통합해 세계적 수준의 ‘초거대 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국교위의 요청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이영달 뉴욕시립대 방문교수는 “지방대 문제는 단순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분법적 접근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며 “국립 통합연구중심대학 설립은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학의 연구 경쟁력 약화와 지역 혁신 역량 소멸 위기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고등교육 경쟁력은 첨단산업과 국가 혁신의 기반이며 과학기술원을 통합해 국제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제안은 국교위 산하 지방대 특별위원회에 공식 안건으로 상정된 상태다. 현재 이 안건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안에 포함할지를 두고 내부 논의가 비공개로 진행 중이다. 국교위 내 민주당 성향 위원들은 지방대 예산 확대와 수도권 정원 감축을 주장하며 보고서 내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교위는 내부 갈등으로 중장기 교육 발전 계획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보수·진보 성향 위원들 간 의견 차이가 지속되면서 전문위원회가 한 차례 해체된 바 있다.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가능성에 따라 국교위 구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새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하는 위원 4명이 교체될 경우 논의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교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독립적인 연구 조직과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회의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지만 심도 있는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탄핵 정국과 맞물리며 2025년 3월까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안을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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