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기한 마지막 날인 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결국 경찰에게 공을 넘겼다는 소식에 관저 인근 한남초 인근 육교를 사이에 두고 갈라진 양측 시민들의 표정도 엇갈렸다. 보수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내지른 반면 진보 집회에선 “공수처의 무능에 분노한다”는 비판과 함께 탄식이 연신 흘러나왔다.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한남동 루터교회 인근에는 이미 윤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태극기와 성조기로 중무장한 채 진을 치고 있었다. ‘이재명 감방’ ‘민주당 해체’ 등 구호를 외치던 이들은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넘겼다는 소식이 알음알음 전해지자 기뻐하면서도 “진짜가 맞냐”며 반신반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회 사회자가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넘겼다고 한다”고 전하자 집회는 곧바로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참가자들은 노래 박자에 맞춰 태극기와 성조기를 신명나게 흔들고, ‘이재명 구속’ ‘민노총 해체’ ‘전교조 해체’ ‘오동운(공수처장) 사퇴’ 를 외치며 환호했다. 사회자가 “애국 시민이 나라를 구했다”고 참가자들을 치켜세우자 “맞습니다”라며 화답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한남초 인근 육교를 사이에 두고 500m가량 떨어진 일신홀 앞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온몸에 은박지와 담요를 두른 채 철야농성을 이어가던 참가자들은 힘 빠지는 소식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최 측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적법한 법원의 영장을 들고도 단 한 번의 체포시도에 그쳤던 공수처의 무능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날 오후 7시로 예정했던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을 2시로 앞당겨 진행하겠다고 공지했다.
전국 각지에서 성난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오전만 해도 비교적 한산했던 집회 현장은 삽시간에 인산인해가 됐다. 주최 측 추산 1만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시민들은 ‘경호처도 공범이다’ 등 구호를 외치며 윤 대통령의 조속한 체포를 촉구했다. 발언대에 선 대학생 최준서(22)씨는 “눈이 와서 윤석열을 못 잡는다는 공수처의 변명이 말이 되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은 이날도 관저 진입로 앞으로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통행을 전면 차단했다. 양측 참가자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집회 간 이동도 제한했다. 한 보수집회 참가자는 “나라를 구해야 하는데 왜 길을 막느냐”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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