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쳐서 포기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질긴 사람이 이긴다는 말처럼 우리는 더 질기게 투쟁을 이어가겠다.”
8일이면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소속 박정혜·소현숙씨가 한국옵티칼 구미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한 지 1년이 된다. 경북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은 일본 닛토덴코가 지분 전량을 보유한 외국투자기업이다. 이 기업은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필름을 생산해 대기업에 납품해왔다. 한 때는 직원 700명에 연 매출액 1조 원을 넘었던 우량기업이었다. 하지만 2018~2019년 두 차례 구조조정으로 생산직 500여명 중 43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2022년 10월 한국옵티칼 건물에 불이 나자 닛토덴코는 구미공장을 청산하기로 했다. 그동안 생산하던 물량은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추가 희망퇴직이 단행됐다. 박정혜·소현숙씨를 포함해 7명은 해고가 부당하다고 복직을 위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을 언제까지 거리에 둘 것이냐’며 시민단체들이 다시 이들 옆에 선다.
‘옵티칼로 가는 연대버스 기획단’은 7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성장 앞에서 희망텐트촌을 꾸린다”고 밝혔다. 희망텐트는 기획단이 두번째 계획한 ‘시민응원’이다. 작년 11월에는 시민 1000여명이 버스를 타고 고공농성장을 찾았다. 희망텐트는 10일 저녁부터 농성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공연과 지지 발언을 한다.
고공농성은 1년째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농성자들은 공장 폐쇄 결정부터 전방위로 도움을 청했다. 2022년 12월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듬해 1월부터 두 달에 한 번 꼴로 릴레이 집회를 했다. 공장 철거에 관한 행정권이 있는 구미시에 해결책을 촉구했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입도 요청했다. 2023년 9월 공장에 남은 직원들의 퇴거를 위한 단수와 단전 조치가 이뤄져서다. 농성자들은 다시 한국옵티칼과 거래 관계에 있는 협력사들, 한국에 있는 일본 대사관, 일본 닛토덴코 본사 앞도 찾았다. 일본 정부를 향해서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한국옵티칼은 정당한 권리 행사의 방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닛토덴코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김재하 공동의장은 “고통받는 노동자와 연대한다는 마음의 희망텐트가 10일 출발한다”며 “최근 연대는 정치의 영역, 생존의 영역을 넘나든다. 희망텐트가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기완 노나메기재단 고문을 맡고 있는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윤석열 퇴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노동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사회로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태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부위원장은 “옵티칼 고공농성을 통해 노조법 2·3조 개정 필요성이 다시 확인됐다”며 “만약 노조법이 바뀌어 옵티칼 노동자들이 교섭과 합법적 쟁의를 했다면 고공농성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은 “노동자, 시민에게 무임승차 해 온 정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우리의 것을 찾아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형 퇴진너머차별없는세상 전국대학인권단체 공동운영위원장은 “우리가 만들려는 새로운 민주주의 안에는 자신의 일터에서 해고 위험 없이 일하는 노동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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