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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김태효 질긴 20년 악연…비상계엄 두고도 날선 진실 공방

美 대사와 계엄 당시 통화 "했다" "안했다" 날선공방

鄭 의원 "거짓말 수사해야" 金 차장 "허위사실 날조"

"뉴라이트·친일파·21세기 밀정" 맹공 퍼부어온 鄭

통일부 장관·대선 후보 시절 정책 맹공 펼친 金

"외교 안보 전문가, 시각차 너무 커 번번 파열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배석해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얀힙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안보 참모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긴 악연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주한 미국 대사와의 통화를 두고 진실 공방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외교 안보 최고 실력자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5선 중진 의원의 계속되는 날선 공방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계엄 불가피 설명 경악” vs “허위사실 날조”=8일 국회에 따르면 정동영 의원은 7일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가 12·3 비상계엄 해제 직후 김 차장에게 ‘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을 듣고 ‘경악했다’는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내란극복·국정안정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어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방문한 자리에 제가 한미의원연맹 준비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이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골드버그 대사가 계엄 당일 국정원, 외교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등 온갖 관계자에게 모두 통화를 시도했지만, 일절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라며 “그런데 유일하게 계엄 해제 이후인 12월 4일 아침 시간에 (골드버그 대사와) 통화가 된 사람이 NSC 사무처장인 김태효”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 사람은 이미 계엄령이 해제된 이후였음에도 불구하고 골드버그 대사에게 ‘입법 독재로 한국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망가뜨린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기 위해서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강변을 되풀이했고 (골드버그 대사가) 그 얘기를 듣고 경악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 의원의 이런 주장에 김태효 1차장은 “허위 사실”이라며 즉각 입장을 내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 차장은 “계엄 선포 다음 날 아침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통화를 나눈 적이 없다”며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지난 달 3일 계엄 선포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늦은 밤 골드버그 대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통화에서 김 차장은 육성으로 방송된 윤 대통령 담화문 이외에 알고 있는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김 차장은 “정동영 의원이 언급한 내용은 날조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한동안 김 차장이 골드버그 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허위 사실로 진실을 호도하더니, 거짓으로 판명나자 이제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며 허무맹랑한 가짜뉴스로 선전 선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정 의원은 또 몇 시간 뒤 입장문을 내고 “비상계엄사태와 관련해 윤 정부의 외교안보의 설계자이자 기획자로 알려져있던 김 차장이 수면 아래에 숨어 드러나지 않는 것이 너무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제가 공개한 사실은 아주 믿을 수 있는 소스로부터 구체적으로 들은 것이고, 몇 번 확인한 끝에 공개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골드버그 대사와 통화한 적이 없다는 김 차장의 해명에 대해서도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며 “저의 주장이 날조된 것이 아니라 김태효 차장이 노골적으로 거짓 말하고 있다는 것이 금방 드러날 것”이라며 수사당국의 조사도 촉구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1월 2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4월 총선에서 전주병 선거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뉴라이트·친일파·정권 2인자” 비판 쏟아온 鄭=정 의원은 평소에도 김 차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온 바 있다. 정 의원은 김 차장에 대해 ‘뉴라이트’ ‘친일파’ ‘정권의 2인자’ 등 다소 무리해 보이는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정 의원은 지난해 9월 10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김 차장에 대해 파면을 주장하며 “일본이 공인한 친일파”라고 지칭했다. 그는 “첫째 일본 우익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사람, 둘째 국가 기밀 유출로 유죄 확정을 받은 사람, 셋째 이념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이념이 뭔지 모르는 대통령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김 차장이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발언이 한창 논란이 된 상황에서였다.



정 의원은 10월 국감을 마무리 하면서는 김 차장의 저서는 물론이고 시카고대학 박사학위논문 등 지난 30년간의 저작물을 분석해 ‘21세기의 밀정, 뉴라이트와 김태효’라는 제목의 자료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김 차장이 밀정이라고 한 것은 대한민국의 이익을 정면으로 저해하는 한편 일본의 이익을 지나치게 대변하고 있음을 비유적으로 꼬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미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들을 도청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트위터 등 SNS에 유출됐을 당시 김 차장이 “미국이 악의를 갖고 한 정황은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자 정 의원은 “(김 차장은) 북한 붕괴론자고, 미·중 충돌 임박설을 믿는 사람”이라며 “사고방식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대북 정책·鄭 대선 후보 당시 비판 쏟아냈던 金=두 사람의 질긴 인연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동영 의원은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 정부에, 김 차장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학계에 종사했다.

2005년 정 의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당시 북한으로부터 6자 회담 복귀 약속을 이끌어 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었다. 당시 정 의원에 대해 일각에서는 “통일부 장관 수준을 넘어 사실상 대통령 특사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이듬해인 2006년 7월과 10월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당시 김 차장은 학계 전문가로 정부 정책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많이 했다. 2005년 5월 10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당국간 회담에 대해서는 “북한은 비료지원을 받으면서 다음달 남북 장관급 회담까지 시간을 벌었다. 반면 남측은 비료를 주면서도 여전히 외교적 숙제를 안게 됐다”고 짚었다. 또 김 차장은 칼럼에서 “한국은 북한의 국제적 불법 행위와 핵문제에 대해 타당하며 납득하기 쉬운 외교 원칙을 구사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 차장은 2006년 2월 20일 한나라당의 ‘노무현 정부 3년 국정파탄 국민대보고회’에서 “북한에 대한 어떤 압박도 반대하느라 6자회담이 교착됐고 한·미관계도 악화됐다.”며 “기득권 타파 등 국내정치에 몰입하느라 4강외교는 현안 따라가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김 차장은 “한반도 비핵화에 이어 군사적 신뢰구축 단계를 거쳐 진행 시켜야 할 평화체제 구축을 아무런 방법론 제시 없이 선언한 것은 스스로 실현 가능성이 결여 돼 있음을 증명한 셈”이라며 “공허한 선언”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정 의원이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17대 대선 당시에도 김 차장은 정 의원의 북한 외교 정책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당시 김 차장은 “한반도에서 소극적 의미의 평화상태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대북 억지력을 갖춘 상태에서 남북경협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데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대책을 갖추지 않은 채 평화를 만들겠다는 정 후보의 주장은 앞뒤가 안맞다”고 말했다.김 차장은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청와대에서 대외전략비서관 및 대외전략기획관을 역임하며 외교 안보 정책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다. 이후 윤 정부 출범 이후 안보실 1차장으로 외교 안보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외교 안보 분야의 자칭타칭 최고 전문가들이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보니 번번히 부딪히는 것이라고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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