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악화에 시달리는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직원의 약 4%인 100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닷컴 창업자가 소유하고 있는 WP는 지난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진보 성향의 고정 독자층과 스타 기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WP 대변인은 이날 “여러 비즈니스 부문에 걸쳐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있다"면서 "이번 감원이 뉴스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업계의 요구를 충족하고, 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 독자들이 있는 곳에 다가가기 위한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P는 그러나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2023년 월스트리트저널(WSJ) 발행인 출신으로 경영 능력이 검증된 윌리엄 루이스발행인 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했지만 그해 7700만 달러의 손실을 입는 등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WP는 특히 지난해 10월 미국 대선 기간 동안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을 준비했다가 사주의 결정으로 철회한 이후 독자 20만명이 구독을 취소했다.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당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옹호하며 신문 사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이 편향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WP를 포함한 다른 신문들은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스타 기자들은 WP를 떠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편집장인 마테아 골드는 뉴욕타임즈(NYT)로, 정치 기자 애슐리 파커가 마이클 셰러는 더 애틀랜틱으로 옮겼다. 백악관 담당 기자 타일러 페이저 역시 NYT로 이직했으며 정치 분야 탐사 기자 조쉬 도지는 WSJ로 영입됐다. 지난주에는 WP에서 오랫동안 만평가로 활동하고 퓰리처상까지 받았던 만평가 앤 텔네스가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를 비꼬는 자신의 만평이 신문에 게재되지 않자 사임했다.
사주인 베이조스는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관계 회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트럼프 저택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취임식 행사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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