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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방치된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

■김상용 건설부동산부장

신동아, 5년여 만에 존폐 위기에 다시 서

건설업계 경영난 확산으로 위기감 고조

5조 넘는 미분양 대금, 우리 경제에 위협

파격적인 세제 혜택으로 불안 해소해야





새해 벽두부터 건설 업계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시공 능력 58위의 중견 건설사인 신동아건설이 최근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원가율 급등과 미분양 아파트 증가에 따른 미수금 급증이 신동아건설 자금난의 직접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미수금 규모만도 2020년 719억 원에서 2023년에 2146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로써 신동아건설은 2019년 11월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지 5년여 만에 또다시 기업 존폐의 위기에 서게 된 셈이다. 지난해에도 경영난을 버티지 못해 부도 처리된 지방 건설사들이 속출하면서 건설 업계에 위기감이 엄습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에 본사를 두고 전국에서 주택 사업을 벌인 중견 건설 업체의 법정관리 신청은 건설 업계가 처한 경영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건설 업계의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서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부도 처리된 건설 업체만도 30곳에 달해 2023년(21곳)보다 증가했다. 아파트 건설을 마치고도 판매하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1만 8644가구(지난해 11월 말 기준)에 달한다. 한 채당 3억 원씩만 잡아도 줄잡아 5조 5932억 원의 미수금이 아파트에 잠기면서 건설 업계의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10대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건설사의 미청구 공사금액도 지난해 3분기 기준 19조 원을 훌쩍 넘는다.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증가한 규모다.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 분양 저조 등의 악재로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이 3% 안팎을 기록한 건설사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권에 자본금을 예치하면 3% 이자라도 받지만 건설업 경영을 통해 이자 수익도 내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영업 환경도 심각하다.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주택 사업에서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에 치여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들 건설사의 분양 물량도 적어 수익도 작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24만 1866가구 중 10대 건설사의 물량은 12만 538가구로 전체의 49.8%에 달했다. 2022년에 10대 건설사 비중이 35.2%(11만 9029가구)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절반에 육박한 것이다. 대형사 위주의 수주 및 분양 물량 쏠림 현상으로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셈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영업 환경도 열악해지고 있다. 가파른 공사 원가 상승에 안정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고집하면서 대형사 간의 수주 경쟁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들은 이익이 확보되지 않은 사업장을 철저히 외면한다. 건설 업계에 ‘돌다리(수익성)도 두들겨보고 건너지(수주)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건설 업계의 불황이 이어지면 일용직 고용 시장이 얼어붙고 골목 상권 등 서민들의 경제 기반도 흔들린다. 건설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고 200만 명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 업계 위기는 우리 경제에 알리는 심각한 경고음이다. 미분양 문제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중개업과 가구·생활가전 업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민생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처는 소극적이다. 현재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양도·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해준다. 올해부터는 1주택자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양도·종부세를 산정할 때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한다.

하지만 건설 업계의 유동성 위기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미분양 대책 등이 필요하다. 정부는 과거 2008년 미분양 주택에 한해 취득세 감면과 양도세 면제 등의 파격적인 조치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건설 업계의 연쇄 도산을 막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건설 업계의 도산을 막기 위해 미분양 주택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1주택자에 국한한 미분양 대책만 붙들고 있을 것인가.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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