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을 바라보는 전설의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이 이제 갓 스무살에 접어든 첼리스트 한재민과 협연을 펼친다. 70년의 나이차를 넘어 넘어 들려줄 하모니에 클래식 팬들의 기대가 크다.
KBS교향악단은 이달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이 참여하는 제810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주회에서 지휘봉을 잡는 지휘자 엘리아후 인발은 2023년 제787회 정기연주회에서 KBS교향악단과 첫 호흡을 맞춘지 2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다. 인발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등 명문 악단의 상임 및 수석지휘자를 역임했다. 아흔살의 나이에도 놀라운 집중력과 에너지, 섬세함을 보여주는 거장으로 꼽힌다.
리허설에서 하나의 음도 소홀히 넘기지 않는 엄격함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최근 일본과 스페인에 여러 차례 투어를 가졌고 타이베이 교향악단, 도쿄 메트로폴리탄 교향악단,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로부터 재초청을 받아 연주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반면 한재민은 자유분방함과 즉흥성의 상징으로 꼽힌다. 한재민은 2021년 루마니아에서 열린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열다섯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며 두각을 보였다. 이어 같은 해 제네바 국제 콩쿠르 3위 및 특별상을 받아 50년 만의 첼로 부문 한국인 입상자라는 영예도 얻었다. 엘리트 코스의 전형적인 가도를 밟았지만 표현력과 동기 부여에 있어 남다른 부분이 있다. 스승인 정명화 첼리스트는 “한재민의 연주에는 기쁨과 자발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70년의 나이차를 뛰어넘은 두 음악가가 만들어낼 이번 공연은 세대를 초월한 음악적 소통과 감동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기연주회 1부에서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오프닝 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25번’을 연주한다. 모차르트가 17세의 나이에 작곡한 이 작품은 단조의 극적인 색채와 강렬한 에너지가 돋보인다. 인발의 강렬한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KBS교향악단 측은 “2025시즌의 첫 곡에 클래식 음악의 보편성과 감동을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한재민 첼리스트가 연주하는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제1번’이다. 쇼스타코비치가 이 곡을 작곡한 50대의 원숙함과 대비되게, 젊은 음악가인 한재민은 자신의 순수함과 에너지를 통해 곡에 신선한 해석과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지난해 정기연주회에서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춘 한재민은 특유의 신선한 해석과 기술적 완성도로 다양한 작품을 넘나드는 해석 능력을 보여줬다.
2부에서 연주될 버르토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은 헝가리 민속 음악의 향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인발의 강점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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