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씩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5명 중 박현경, 이예원, 배소현이 모두 메디힐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는 건 귀를 의심할 소식이었다. 이미 메디힐에는 통산 8승의 이다연을 비롯해 안나린 등 스타급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우승은 없었지만 통산 2승을 거둔 한진선도 메디힐 모자를 쓰게 됐다. 메디힐 소속 선수는 무려 11명으로 가히 ‘공룡 골프구단’의 탄생이라고 할 만하다.
메디힐에 앞서 선수 구성을 마친 삼천리 골프 구단도 그 규모가 엄청나다. 공동 다승왕 중 한 명인 3승의 마다솜이 삼천리 구단 소속이고 신인왕 유현조, 전예성, 박보겸, 고지우, 고지원, 이세희, 최가빈, 서교림 등 선수 11명으로 구성됐다. 삼천리는 통산 7승의 김해림을 구단 코치로 영입할 정도로 여자 골프 마케팅에 진심이다.
인기 선수들이 집중된 두산건설도 주목을 받는 골프 구단 중 하나다. 기존 유현주, 임희정, 박결, 유효주, 김민솔 외에 2025년 KLPGA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에서 수석을 차지한 이율린을 합류시켜 규모를 키웠다.
국내 무대로 복귀하는 성유진을 영입한 대방건설 골프단도 이정은6, 노예림, 현세린, 김민선7, 임진영, 주가인 등 7명으로 만만치 않은 선수단을 구성했다.
사실 올해 한화그룹이 골프 후원 시장에서 빠진다고 발표하면서 스토브 리그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됐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과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도 결코 긍정적인 요인은 아닐 것이다. 그 악 조건 속에서도 뚜껑을 연 스토브 리그는 메디힐과 삼천리의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아주 뜨겁지는 않았지만 무난하게 끝이 났다.
하지만 몇 개 구단으로 스타들이 집중된 건 결코 건전한 모습이 아닐 수 있다. 그 이면에 잠재적인 위험 요소들이 내재돼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간 여자 골프 선수 마케팅 시장은 대기업, 금융사, 건설사가 ‘3각축’을 형성하고 그 외 여러 분야 기업들이 ‘다양성’으로 받쳐 주는 형태였다. 그렇게 견고하던 여자골프 선수 후원 시장에서 축이 흔들리고 다양성 면에서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스타들이 한 기업으로 집중될수록 그만큼 계약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계약금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박현경과 이예원은 국내 최고 수준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스타들이 많을수록 그 외의 선수들에게 가는 관심은 줄어들 수 있다. 많은 투자를 한 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내년 스토브리그 시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규모를 키운 골프 구단들이 투자한 이상의 효과를 보는 걸 것이다. 그래야 내년 스토브리그 시장은 더 뜨거워질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올해 여자골프 구단의 성적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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