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콧속 점막 조직에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규명됐다.
민현진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정진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공동 연구팀은 사람의 비강 조직 샘플(sample)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2020~2023년 중앙대병원에서 코 수술을 받기로 예정된 환자 중 연구 참여에 동의한 10명의 코털과 코 내부 중비갑개·하비갑개 부위, 비인두액·중비강액 등 5개 부위에서 각각 10개의 샘플을 채취해 미세플라스틱 존재 여부와 화학적 특성을 분석했다. 분석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를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을 제외한 조직 내 단백질을 녹이는 기법이 사용됐다.
전체 50개의 샘플에서 총 390조각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부위별로는 코털에서 86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왔고 하비갑개 93개, 중비갑개 51개, 비인두액 129개, 중비강액 31개였다.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유형은 폴리에틸렌,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폴리머,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티렌, 폴리스티렌 코폴리머,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코폴리머, 폴리우레탄 등 다양했다. 미세플라스틱의 90.77%는 파편 형태였고 9.23%는 섬유 형태였다. 사람의 비강 점막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존재함을 확인하고 그 특성을 밝힌 첫 사례다.
미세플라스틱은 길이나 지름이 5㎜ 이하인 마이크로플라스틱부터 1㎛ 이하인 나노플라스틱에 이르는 고체형 플라스틱 입자를 통칭한다. 연구자에 따라 크기와 범주가 일정하지 않게 제시되고 있는데 아직 국제적으로도 합의된 명칭이 없는 상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세포 손상과 독성을 유발하고 과도한 면역 반응, 호흡기질환 악화 및 폐기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에는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내로 흡수될 가능성과 흡수된 이후 인체 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민 교수는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조각의 분해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되거나 다양한 산업의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사람의 비강 점막 조직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존재 여부가 보고된 적은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토대로 향후 비강 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국제 알레르기-비과학 포럼’(International Forum of Allergy & Rhinology) 최신호에 실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