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등 경호처 수뇌부의 신병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방해한 혐의로 박종준 전 경호처장과 김 차장 등 경호처 지휘부 5명이 입건돼 대통령 체포 저지선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 체포 저지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경호처 내 대표적 강경파다. 그는 이날 체포 영장 재집행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간부회의에서 무력 충돌도 불사하는 입장을 밝혀 한 간부가 반발해 사퇴를 요구하자 이 간부를 오히려 대기발령 조치했다.
법원이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 경찰은 윤 대통령 2차 체포 시도에 앞서 김 차장 체포를 선행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 주변에선 2차 체포영장이 이르면 14일에서 이번 주중에는 집행될 것으로 분석한다. 앞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은 사퇴 후 10일과 11일 연이틀 경찰 조사를 받았다. 또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도 두 번의 출석 요구 불응 끝에 경찰 조사를 받았다.
3차 소환 통보를 받고도 경찰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이광우 경호본부장 또한 출석 기한이 지나면 강제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신 경호처 부장도 출석 요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힘을 받을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경호처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에 대형 버스로 차벽을 세우고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관저를 요새화하고 있다. 다만 경호처 내부망에 ‘영장 집행 저지는 위법’이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젊은 직원들의 동요도 커지고 있다.
경찰은 2차 영장 집행을 위해 최근 수도권 광역수사단과 안보수사대 등 1000여명에 대한 동원령을 내리고 지휘관 회의를 진행한바 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수사와 더불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법원 재판 및 탄핵 심판도 본격화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 기일은 14일부터 진행된다.
김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진행하는 첫 공판준비기일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전 범죄 혐의에 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잡는 절차여서 피고인의 법정 출석 의무는 없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법원의 절차 진행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인은 구치소에 수감된 김 전 장관을 검찰이 조사를 위해 강제 인치하려 했다며 심우정 검찰총장과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속도를 높이고 있어 14일 오후 2시 첫 변론 기일에 이어 일주일에 2회씩 변론 기일을 지정해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신변안전 우려로 14일 재판에 불참 의사를 밝혀 본격적인 변론은 16일부터 시작된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에 속한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불법 무효인 체포영장을 불법적 방법으로 계속 집행하려고 시도해 신변 안전과 불상사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비상계엄에 관여한 군과 경찰 주요 인사들의 재판도 줄줄이 열린다. 내달 6일에는 김용현 전 장관과 같은 재판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10일 구속 기속돼 조만간 재판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여인형 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의 재판은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되는데 오는 23일이 공판준비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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