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 주요 석유 업체를 비롯해 개인·단체 200여곳과 ‘그림자 함대’ 180여 척 등에 대한 대규모 제재안을 발표했다. 그림자 함대는 러시아산 석유를 몰래 수송하는 유조선을 일컫는다. 미국의 제재가 유가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철회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 재무부와 국무부는 10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제재안에 대해 “이 광범위하고 강력한 조치는 에너지 자원으로 러시아가 수입을 올리는 것을 제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에는 영국 정부도 일부 동참하고 있다.
재무부는 우선 러시아에 본사가 있는 가스프롬네프트·수르구트네프테가스 2곳과 이들 기업의 자회사 20여 곳이 50% 이상의 지분을 가진 법인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다른 나라로 몰래 내다 파는 ‘그림자 함대’ 선박 183척도 제재 대상에 들어갔다. 바이든 정부의 이번 조치는 차기 행정부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재 국제 원유 시장은 하루 100만 배럴 정도 공급이 더 많은 상황이지만 러시아의 공급이 줄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제재 소식에 이날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79.76달러로 전장보다 2.84%,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76.57달러로 전장 대비 2.65% 각각 상승했다.
제재 발표 직후 이란의 원유 판매 움직임도 포착됐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중국 다롄에 보관 중이던 이란산 원유 약 300만 배럴이 유조선에 선적됐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원유 판매를 겨냥해 고강도 제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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