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먼저 때렸잖아. 왜 경찰은 저런 사람 잡아가지 않는 거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보수·진보 지지자들 사이의 크고 작은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이 가까운 시일 안에 집행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겨울철 강추위 속에서 양 쪽 지지자들의 집회가 과열되는 양상이다.
12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아수라장에 가까웠다. 보수·진보 단체 지지자들이 경찰 안전펜스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인도에서의 이동까지 자유로운 탓에 집회 참가자들 사이의 마찰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이날 진보 단체의 집회가 열린 대통령 관저 인근의 한 자동차 전시장 앞에서는 일부 보수 단체 지지자들이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맞불 집회를 벌이고 있기도 했다. 두 단체가 맞닿은 곳에서 다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 측 지지자들이 혼재된 탓에 서로를 향한 고성과 막말도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각자의 주장이 담긴 피켓을 상대방의 눈 앞에 흔들어 보이며 감정을 자극하는 모습도 보였다.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한 보수 단체 지지자가 진보 단체 지지자와 몸싸움을 해 주변에 있던 경찰이 뜯어 말리기도 했으며 이날 이른 오후에는 한 진보 단체 지지자가 다툼 끝에 소지하고 있던 커터칼을 허공에 휘둘러 현행범 체포됐다.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한 만큼 각 단체의 봉사자들도 경광봉을 들고 질서 유지에 나서고 있지만 우발적인 충돌 상황을 좀처럼 막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위 구호도 한 층 격앙된 분위기다. 도로에 설치된 가설 무대에서는 울부짖는 듯한 연설과 무차별적인 폭언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송출되고 있었다. “배현진 밟아. 안철수 밟아. 조경태 밟아” 등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비방도 이어졌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양 측 지지자들은 경찰 신고 기준 2만 3000명이다. 대규모 인파가 몰린 한남동 관저 일대에서 경찰은 임시 횡단보도를 만드는 한편 육교의 양방향 통행을 통제하는 등 집회 참가자들과 시민들의 안전한 이동을 돕고 있다. 대통령 관저 방면 인도에서는 경찰이 일렬로 늘어서 원활한 이동을 위해 우측 통행을 외치며 통행 관리에 나섰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다음 주 첫 변론기일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만큼 집회 인파가 광화문과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으로 대거 이동할 전망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이 남아 있어 한남동 관저 앞 집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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