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양측간 ‘신경전’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공수처는 경호처를 겨냥해 ‘영장 집행 방해 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도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경호처) 직원은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며 뜻을 같이 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하루에만 5차례에 걸쳐 입장문을 내놓으며 “체포영장은 불법·무효”라며 “경찰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지원 때 공무원 신분증을 착용·제시하고, 얼굴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공수처는 13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국방부·대통령경호처에 전날 밤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고 13일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할 시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협조 공문의 핵심 내용이다. 또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상 책임도 함께 질 수 있다는 내용도 담았다. 국방부에 발송한 협조 공문에는 대상으로 33군사경찰대, 55경비단 등 경호처에 파견된 국군 장병과 지휘부를 명시했다. 경호처에 송부한 협조 공문에는 ‘국가공무원법·공무원연금법에 따른 공무원 자격 상실과 재임용·공무원 연금 수령 제한 등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는 부분도 포함됐다. 아울러 공수처는 “경호처 직원의 경우 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더라도 직무유기죄 성립 등 명령불이행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경호처 내 강경·온건파 사이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데 따른 회유·강압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형사 처벌과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기 다른 두 메시지를 한꺼번에 던져 심리적 동요를 이끌어내려는 이른바 ‘심리 전술’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본부(특수본)도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체포영장 집행이라 방해 시 현행법으로 체포한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특히 “현장에서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가 명확하다고 판단되면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가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수본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현장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경호처) 직원에 대해서는 현행범 체포한 뒤 분산 호송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협조하는 직원은 선처한다”는 단서 조항을 내걸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전날 협조 공문을 보낸 공수처와 마찬가지로 경호처 등에 압박·회유의 메시지를 동시에 내보낸 셈이다.
공수처·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조짐에 윤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날만 5차례에 걸쳐 입장문을 외부에 공개할 정도다. 윤 대통령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입장문에서 “경찰이 기어코 공수처의 지휘에 따라 불법 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최소한의 법적 의무라도 지켜야 할 것”이라며 집행 시 공무원 신분증 착용·제시, 얼굴 공개를 요구했다. 근거로는 ‘경찰공무원에 직무수행 중 이해 관계인의 신분 확인 요구가 있을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응할 의무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제시했다. 윤 변호사는 “민생치안을 지켜야 할 일선 경찰들, 마약범죄를 소탕해야 할 수사대까지 대통령 체포 작전에 투입하는 것은 그 자체로 경찰의 기본적인 책무를 망각한 국민 배신 행위”라고 비판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대형에 대해서는 “지휘·감독권을 행사해 경찰이 근거 없는 공수처의 수사 지휘와 불법 영장 집행에 나서지 말 것을 지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 경호처는 최근 한 간부의 대기 발령에 대해 “군사 주요 시설물 위치 등 내부 정보와 기밀 사항을 유출한 혐의로 인사 조치 된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국수본 관계자를 만나 군사 주요 시설문 위치 등 내부 정보를 전달하고, 이외 외부 경로로 기밀 사항을 유출한 혐의가 포착된 데 따라 관련자를 인사 조치했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경호처 간부 회의에서 김성훈 차장 등 강경파에 대한 사퇴를 요구했다가 대기 발령 조치를 받았다고 알려진 데 따른 설명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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