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골프 전문 골프위크가 2025년 ‘주목할 LPGA 신인 6명’에 윤이나를 포함시키면서 ‘대한민국 넘버 1’이라고 소개했다.
보통 KLPGA 투어에서는 그해 상금 왕을 ‘넘버 원’으로 보는 데, 그동안 LPGA 투어에 도전한 KLPGA 상금 1위 선수는 ‘1998년 신인 박세리’ 이래 정확히 15명이다. ‘2025년 신인 윤이나’가 16번째 도전인 것이다.
그럼 대한민국 ‘넘버 1’은 LPGA 무대에서 모두 대성공을 거뒀을까. KLPGA 상금왕 출신 15명 중 LPGA 투어 신인일 때 상금 랭킹 ‘톱 10’에 오른 선수는 모두 8명이다. 물론 KLPGA 상금 1위에 오른 뒤 LPGA 무대에 도전했지만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조용히 돌아온 선수도 없지 않다.
한국 여자골퍼들의 잇단 도전을 선봉에서 이끈 박세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1996년 KLPGA 투어 상금 1위에 오른 박세리는 1998년 LPGA 투어에 데뷔해 ‘맨발의 샷’으로 유명한 US여자오픈을 비롯해 4승을 거두면서 신인왕은 물론 상금랭킹과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모두 2위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쳤다.
1997년과 1998년 KLPGA 상금왕에 오른 김미현도 1999년 LPGA 투어에 진출해 2승을 올리면서 신인 1위와 상금 8위, 평균 타수 6위라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
박세리와 김미현의 성공에 고무된 대한민국 여자골프 ‘넘버 1’들의 도전은 마냥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었다. 쓴 맛을 본 KLPGA 상금왕들이 잇따라 나왔다. 1999년과 2000년 KLPGA 상금왕에 오른 정일미와 2001년 상금왕 강수연도 미국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썩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2년 상금왕 이미나, 2003년 상금왕 김주미, 2005년 상금왕 배경은도 LPGA 무대에 도전했지만 이들 중 ‘2005년 LPGA 신인’이었던 이미나만 상금 7위로 선전했다. 대한민국 여자골퍼 세 번째로 LPGA 신인의 해 ‘상금 톱10’ 주인공이 이미나였던 것이다.
LPGA 투어 대한민국 여자골프의 르네상스를 이끈 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KLPGA 상금왕에 오른 신지애다.
2009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신지애는 그 해 신인왕에다 상금왕까지 거머쥐는 돌풍을 일으켰다. 평균 타수와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도 2위에 올랐다. 신지애가 한국 선수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신지애 이후 LPGA 무대에 도전한 ‘KLPGA 상금왕’들은 상금 톱10에 오르지 못한 경우는 있어도 실패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2009년 KLPGA 상금왕 서희경은 2011년 LPGA 무대에 도전해 상금랭킹 21위를 기록하면서 신인왕에 올랐고 2013년 KLPGA 상금왕 장하나도 2015년 LPGA 신인 때 상금랭킹 15위로 선방했다.
2014년 KLPGA 상금왕 김효주와 2015년 KLPGA 상금왕 전인지는 LPGA 신인 때부터 화려한 성적을 낸 대한민국 ‘넘버 1’들이었다.
2015년 LPGA 무대에 뛰어든 김효주는 상금랭킹 13위, 평균 타수 5위로 분전했고 이어 2016년 LPGA 신인이 된 전인지는 신인왕은 물론 평균 타수 1위, 상금 4위, 올해의 선수 4위로 맹활약했다.
이즈음 KLPGA 상금왕 출신 중 LPGA ‘최강의 신인’이 등장한다. 2016년 KLPGA 투어를 접수한 ‘남달라’ 박성현이다. 2016년 박성현은 국내 무대에서 7승을 거두면서 다승왕과 상금왕은 물론 평균타수 1위까지 차지했다.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2017년 미국으로 건너 간 박성현은 LPGA 무대마저 휩쓰는 ‘전설의 성적’을 남겼다. 2017년 LPGA 신인왕은 물론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1위에 올랐고 평균 타수 부문에서도 3위를 기록했다. 그해 승수는 US여자오픈을 포함해 2승에 불과했지만 준우승 2회, 3위 2회, 4위 2회, 5위 1회, 6위 2회라는 무서운 ‘톱10’ 행진을 벌였다.
박성현의 눈부신 활약에 조금 빛이 바래긴 했지만 2017년과 2018년 KLPGA 상금왕에 오른 이정은6의 신인 시절도 눈부셨다.
2019년 LPGA 신인이 된 이정은6는 US여자오픈 우승과 준우승 3회를 기록하면서 그해 신인왕에 올랐고 상금 3위, 올해의 선수 3위, 평균 타수 6위로 빛나는 성적을 냈다.
이정은6 이후 대한민국 ‘넘버 1’이 LPGA 무대에 진출한 선수는 2019년 KLPGA 상금왕 최혜진이 마지막이었다. KLPGA 투어 인기가 절정을 구가하고 코로나19 여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무대에 만족하는 분위기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2022년 LPGA 무대에 데뷔한 최혜진은 신인왕 자리를 지노 티띠꾼(태국)에게 내주고 우승도 없었지만 상금 6위, 평균 타수 10위로 결코 부족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최혜진이 KLPGA 투어 상금왕 출신 LPGA 상금 ‘톱10’ 8번째 선수였다.
KLPGA 상금왕으로는 최혜진 이후 5년 만에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윤이나는 2025년 LPGA 투어 신인으로 활약할 대한민국 유일한 선수다. 2024년 KLPGA 투어 상금 왕은 물론 최저 타수상과 대상까지 거머쥔 진정한 대한민국 ‘넘버 1’ 윤이나는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을까. 올해 LPGA 투어에 이목이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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