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쿠팡을 둘러싼 대표적인 논란인 배송기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근로자 여부는 당사자와 사측인 사용자의 법적 의무에서 큰 차이를 빚어 사업장마다 핵심 갈등사안이다. 이번 고용부 판단은 쿠팡 배송기사 중 ‘퀵플렉서’에 한정됐다고 하더라도 쿠팡과 같은 플랫폼 업체 종사자의 근로자성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4일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결론을 포함해 쿠팡의 물류업무를 맡고 있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에 대한 종합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10월 8일부터 11월 14일까지 이뤄진 감독은 그동안 쿠팡CLS를 둘러싼 산업안전보건체계, 기초노동질서 준수, 배송기사 불법파견 여부를 가리는 게 목적이다. 쿠팡과 같은 24시간 배송업체에 대한 첫 감독이란 의미도 있다.
고용부는 쿠팡CLS가 퀵플렉서를 직접 지휘·감독하는 방식으로 불법파견을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불법파견을 다투려면 퀵플렉서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여야 한다. 하지만 퀵플렉서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단이 먼저 이뤄져 불법파견 판단도 무의미해졌다.
퀵플렉서는 근로자 판단 기준에서 대부분 벗어났다는 게 고용부의 결론이다. 퀵플렉서는 쿠팡CLS와 계약을 맺은 택배 영업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간접계약을 맺더라도 법원에서 배송기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최근 늘고 있다.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이뤄진 경우다.
하지만 고용부는 퀵플렉서 1245명의 1년간 카카오톡 등 소셜네크워크서비스 분석을 통해 쿠팡CLS가 퀵플렉서의 근로자성을 인정할만큼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쿠팡CLS와 퀵플렉서 간 카카오톡 대화는 하루 평균 5회 이내였다”며 “주로 오배송과 파손 때 절차와 물량 안내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쿠팡CLS 현장의 안전관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번 감독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고용부는 본사와 서브 허브, 배송캠프, 택배영업점 등 82개소를 감독해 41곳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을 적발했다. 이 중 4건은 사법처리되고 52건은 9200만 원 과태료가 부가된다. 주요 적발 사안을 보면 지게차 열쇠를 방치하거나 컨베이어 안전설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야간작업 종사자에 대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고 휴게·위생시설도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또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용근로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하는 등 136건의 근로기준법 위반도 드러났다.
고용부는 감독 결과를 토대로 쿠팡에 △야간업무 경감 방안 △퀵플렉서 건강관리 △휴게시설 등 작업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쿠팡CLS 측은 “고용부의 시정조치 사항은 근로감독 과정에서 즉시 시정 완료했다”며 “권고사항은 건강검진 강화, 건강관리 프로그램 지원을 확대하는 등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감독 결과는 여러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21일로 예정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쿠팡 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퀵플렉서의 근로 여건 문제는 작년 5월 정슬기씨의 사망으로 수면 위로 올랐다. 자택에서 쓰러진 정씨가 업무 압박을 받은 내용의 카톡 메시지가 일반에 공개됐다. 이후 노동계와 야당은 작년 국정감사를 중심으로 쿠팡의 배송 업무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 일환으로 이번 청문회가 열리고 국회 사회적대화기구도 꾸려진다. 고용부 판단은 최근 타다, 마켓컬리와 같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최근 판례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로자성은 사업장의 근로 환경마다 판단이 다르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전호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고용부 감독 결과에는 쿠팡의 장시간 노동과 고용 불안이 발생하는 이유가 담겨있지 않다”며 “(배송기사의) 고용형태 한계와 별개로 실효적인 감독을 해야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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