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이고 즐거운 이미지로, 팬들을 기쁘게 했던 선수로 남고 싶어요.”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등 한국 축구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구자철(36)이 은퇴하며 남긴 마지막 바람이다.
구자철은 1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18년 간의 프로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그는 “근육·무릎·발목이 버텨주지 못하더라. 미련 없이 축구화를 벗을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2007년 K리그 제주SK에서 프로에 데뷔한 구자철은 독일(마인츠·아우크스부르크)과 카타르 등 해외 무대에서도 활약하며 수준급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2022년 제주로 돌아와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선수 생활을 했다.
연령별 대표를 모두 거친 구자철은 국가대표로도 아시안컵 세 차례(2011·2015·2019년), 월드컵 본선 두 차례(2014년·2018년) 참가 등 A매치 76경기 19골의 성적을 자랑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국 축구 사상 첫 메달(동메달)을 따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구자철은 선수 생활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을 꼽았다. 당시 한국은 3·4위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2대0 완승을 거두며 동메달 역사를 썼다. 구자철은 이 경기에서 후반 12분 승부에 쐐기를 박는 두 번째 골을 넣으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는 "(올림픽) 시상대에 서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순간에 동메달을 목에 걸고 있었다. 1년 전 한일전 패배의 아픔을 털어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구자철이 말한 1년 전 한일전은 2011년 8월 삿포로에서 열린 친선 경기로 당시 한국은 일본에 0대3으로 완패했다.
구자철은 첫 번째이자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제주의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축구 인생의 2막을 시작한다. “현장의 어려움을 아직 잘 모르지만 유소년 시스템이 긍정적으로 변했으면 하는 마음은 확고하다”며 “매듭을 지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대한 지혜롭게 해보겠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구자철은 "우리나라 축구 선수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는 데 함께했던 멤버로 기억되면 행복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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