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출 규제 여파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41주 만에 보합세로 돌아섰지만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순조롭게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는 ‘우쌍쌍(대치우성·쌍용1차·쌍용2차)’ 단지 등이 대치동의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일정한 수요가 유지되는 대치동 학군지의 가격 방어력이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이 4년여간 이어져 온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적극 검토한다고 밝힌 만큼 투자 수요까지 유입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의 3.3㎡ 당 거래 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 9926만 원 기록 이후 △9월 1억 245만 원 △10월 1억 1071만 원 △11월 1억 1487만 원으로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치동의 가격 상승 폭도 확대됐다. 9월 상승률은 전월 대비 3.2%에 불과했지만 10월 상승률은 8.0%로 급등했다. 또 11월에 5.5%로 상승 폭이 소폭 줄었다. 하지만 11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0.04%에 그친 점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심지어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인 지난해 12월에도 대치동의 상승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9일 거래된 대치쌍용 1차 전용 84㎡의 경우 저층인 2층임에도 29억 25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고점은 27억 9000만 원으로 상승 폭은 1억 3500만 원이다. 대치 개포우성 전용 128㎡의 경우 지난해 12월 1억 원 오른 47억 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치아이파크 전용 120㎡도 지난해 12월 전고점 대비 2300만 원 오른 40억 73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한파 속에서도 대치동의 급등 원인으로는 학군지라는 점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학교 배정을 위해 10월 말까지 주소 이전을 마쳐야 한다. 이 때문에 대치아이파크의 경우 지난해 10월에만 3건의 신고가 경신이 이어졌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치동 등 학군지는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늘 수요가 있어 가격 상승 폭이 크다”며 “특히 신축이 부족한 대치동의 경우 지난해 상승장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올해 트렌드는 학군과 인프라가 우수한 지역으로 쏠리고 있어 대치동 아파트 상승 여력은 여전히 높다”고 내다봤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해제 가능성도 대치동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시는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도입했지만 지역 축소 또는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 대치·삼성·청담동(9.2㎢)과 잠실동(5.2㎢) 등 인근 지역은 2020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강남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으로 인해 대치동과 삼성동, 청담동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억눌려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토허제에 포함되지 않았던 반포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는데, 토허제가 해제되면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 동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서울시는 2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토지거래 허가구역 일부 해제 등 조정 필요성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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