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사진) 신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4일 의정 대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올해 의대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의학교육의 마스터플랜을 내놓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 수련특례·입영연기 등 대책을 제시한데 대해서도 “사태 해결을 위한 구체적 계획 없는 후속조치”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 취임을 계기로 의정 대화의 문이 열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오지만 의협이 강경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난항이 예상된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정부가 우선 사태해결과 의대교육 정상화를 위한 뚜렷한 계획과 명확한 방침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먼저 계획을 제시해야 의료계도 2026년 의대정원 문제를 비롯한 의대교육 계획을 논의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여전히 정부 여당은 구체적 계획 없이 후속조치에 불과한 전공의 수련, 입영 특례 방침을 내세우고 실패한 여의정협의체 재개를 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의 발언은 정부가 내놓은 유화책이 의료계가 대화에 나설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협은 여전히 요구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대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의료계를 향해 대화에 참여한다면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원점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공을 넘긴데 맞서 먼저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하라며 전제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김 회장은 정부를 향해 “시간 끌기 식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중단하고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결자해지 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의협 회장이 강경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의료계와 정부 및 정치권 간 본격적 대화는 난항이 예상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내년 의대 정원과 관련해 의협과 3월 전까지 동결·감원 방안도 포함해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망이 밝지 않아 보인다.
의협은 의료계 단체가 협의체를 꾸려 정부에 단일안을 제시하며 대응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의협과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가 협의체를 만들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의정 갈등이 1년 가까이 장기화하면서 피로감이 상당한 만큼 사태 해결을 위해 의정 간 논의가 조만간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