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문제 삼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안보뿐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도 한국이 중요한 동맹국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루 여 한국석좌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1기 때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200억 달러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500억 달러를 훌쩍 넘겼다”며 “트럼프 입장에서 이는 잘못된 수치이고 이 문제를 한국에 지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무역과 안보 측면에서 봤을 때 안보 면에서는 한국이 트럼프에 1기 때보다 할 말이 많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여 석좌는 “한국은 역내는 물론 글로벌 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도움이 되는) 많은 기여를 해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된 북한군 정보를 서방에 제공해 큰 도움을 줬고 미국 선박 수리에도 참여했다”고 짚었다. 또 트럼프 2기에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재협상 압박에 대해서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2023년 2.8%로 독일·프랑스·영국 등 주요국보다 훨씬 높았다”며 “(트럼프가 압박을 가할 시) 1기 때보다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는 대부분의 공화당원들이 주한미군의 존재가 미국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실제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여 석좌는 다만 “경제적 측면에서도 미국에 중요한 동맹국임을 입증해야 한다”며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는 것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했다. 또 한국 국회에 계류된 플랫폼법도 트럼프 2기에서 한미가 논의하게 될 영역이라고 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카카오와 구글·메타 등 미국 플랫폼도 규제 대상에 포함할 수 있는 플랫폼법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최근 공화당 소속의 한 의원이 한국이 플랫폼법을 통과시키면 보복할 것이라고 한 적이 있다”며 미국 내 한국 플랫폼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전했다.
여 석좌는 한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정치 문화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의 국내 정치 문화는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향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번 12·3 계엄 사태가 한국이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가 국가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상대를 공격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으니 이번 사태를 한국 정치 개혁의 시발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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