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사람이 여성 운동경기에서 경쟁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미국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 주도로 가결 처리됐다. 민주당에서는 하원의원 두 명만이 이 법안 통과에 찬성해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스포츠 여성과 소년 보호법’이 찬성 218표 대 반대 206표로 하원을 통과했다.
법안은 여성으로 성을 바꾼 트랜스젠더의 여성 운동경기 참여를 막기 위해 ‘타이틀 9’ 규정을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이틀 9는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활동 등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 법을 운동경기에 적용할 때는 선수 성별을 출생 시점 지닌 생식기관과 유전자만을 바탕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미국에서 성전환 여성이 여성 경기에 참여하는 것은 보수·진보 진영이 첨예하게 갈등하는 ‘문화 전쟁’ 중 하나이다. 보수단체와 정치인들은 생물학적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성전환 여성이 같은 경기에서 경쟁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역시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이를 공약했다. 따라서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상원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화당의 상원 의석 수는 민주당보다 1석 많은 51석으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을 무력화할 정도의 의석(60석)은 확보하지 못해서다. 하원에서도 민주당은 이 법안에 두 명만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이 여성을 보호하는게 아니라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신체검사 등을 강요받을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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