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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소송' 직접 나선 건보 이사장 "사회 건강권 위해 담배회사 책임 물어야"

2014년 소송 낸 후 11년째 계속돼

1심선 흡연-질병 인과관계 인정 않아

"흡연자 폐암 위험, 비흡연자 7.4배"

"'적당히 관리하라' 메시지 줘선 안돼"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담배 소송 항소심 제11차 변론에서 의견진술을 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533억원 규모의 흡연 손해배상 소송이 11년째 진행 중인 가운데 정기석 공단 이사장이 15일 직접 재판에서 변론을 해 눈길을 끌었다. 현직 공단 이사장이 직접 재판에 나서서 의견진술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흡연이 명백하고 직접적이며 가장 핵심적 발암물질”이라며 “담배회사에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사회 전체 건강권을 부정하는 중대한 오류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고등법원 민사6-1부(김제욱·이경훈·강경표 부장판사)는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공단이 KT&G·필립모리스·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 11차 변론을 열었다. 공단 측은 지난 2014년 4월 세 회사를 상대로 흡연으로 인한 추가 진료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6년만인 2020년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며 “개개인의 생활 습관과 유전,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이외에 다른 요인들에 의해 발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 이사장은 임상 경험 40년이 넘는 호흡기내과 전문의로서 이번 소송전에 직접 출석해 의견진술을 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이날 변론에서 “담배 소송 1심 결과에 대해 의료계 반응은 대체로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호흡기 질환을 연구하는 교수와 일반 의사들은 1심 결과에 모두 놀라워했다.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것은 교과서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는 간접흡연까지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며 “흡연은 명백하고 직접적이고 가장 핵심적인 발암물질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가 흡연을 폐암의 위험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판단한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는 얘기다. 정 이사장은 이어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본 소송에 포함된 흡연자의 폐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에 비해 7.4배나 높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소송 대상자 중 흡연 외 암 발생의 위험요인이 전혀 없는 1467명을 분류해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다. 아울러 최신 연구 논문, 전문가 의견서, 고도흡연자 질적 연구의 신뢰도 및 객관성 입증을 위한 연구자 진술서와 흡연 피해자 진술서를 증거로 냈다.

정 이사장은 담배의 중독성과 담배회사들이 이를 방기한 책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죽어가는 환자도 니코틴 중독으로 담배를 끊지 못하고 병실에서 몰래 흡연한다”며 “니코틴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중독성 물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배회사들이 우리나라에서 흡연의 위험을 표기한 건 2008년부터라며 “담배회사들은 담배의 중독성을 은폐하고 그 알림마저 지연시킨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흡연 관련 질환에 따른 건보 재정 누수를 막는 동시에 흡연 폐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고자 한 소송”이라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한다는 믿음을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법원이 전과 같은 판결을 한다면 ‘흡연을 적당히 관리하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담배로 매년 국민 6만명이 숨지고 건보 재정 3조5000억 원을 투입하는 나라에서 국민에게 전할 메시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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