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0.2% 감소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독일 통계청은 15일(현지 시간) “주요 수출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하고 비싼 에너지 비용에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 불확실한 경제 전망 등의 영향으로 독일 경제가 또 위축됐다”며 이 같은 잠정 집계를 발표했다. 이로써 독일 경제는 -0.3%를 기록한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독일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2002∼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부문별로는 제조업(-3.0%)과 건설업(-3.8%)에서 침체가 두드러졌다. 통계청은 “기계와 자동차 같은 핵심 분야에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며 “여전히 비싼 건축 비용과 고금리 탓에 특히 주거용 건물 건축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0.8%)와 정보·통신(2.5%), 공공 부문(1.6%)은 2년 연속 성장했다.
정부 지출이 2.6% 늘어났지만 민간 소비자 지출은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자장비·기계·자동차 수출 부진으로 상품·서비스 수출이 0.8% 감소했고 수입은 0.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 재정적자는 2023년보다 55억 유로(8조 2000억 원) 많은 1130억 유로(169조 9000억 원)로 나타났다. 이는 GDP의 2.6%로 유럽연합(EU) 기준치(3.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독일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4.1%를 기록했다가 이듬해 3.7%로 올랐다. 그러나 회복세를 계속 가져가지 못한 채 2022년 1.4%로 쪼그라든 뒤 장기 침체에 빠졌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2018년부터 계속된 산업생산 감소 추세가 지난해도 꺾이지 않았다”며 “독일이 더는 예전처럼 국제무역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경제 싱크탱크인 Ifo의 티모 볼메르스호이저 연구원도 “독일은 전후 역사상 가장 긴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며 “국제 비교에서도 크게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독일 경제가 크게 회복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분데스방크(독일중앙은행)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0.2%, 민간 연구소들은 0.3∼0.4%로 예측했다. 특히 올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예고돼 있는 만큼 추가 경제 위축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의 한 민간연구소는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60%, 다른 나라에 최고 20%의 보편관세를 매길 경우 독일 일자리 3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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