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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황혼의 일본 경제 따라갈 건가

일본 경제 한탄한 글 온라인서 큰 호응

日 대기업 대졸 초임, 韓의 70% 그쳐

구조 개혁 외면하고 부양 치중이 화근

‘먹사니즘’ 巨野 저성장 극복 기여해야

오현환 논설위원




지난해 5월 온라인에서 일본 경제 상황에 대해 한탄하는 일본인의 글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X(옛 트위터)’에 ‘2024년의 일본’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유나선생(ゆな先生)’이라는 필명의 글이다. “오렌지주스조차 사지 못할 정도가 돼 감귤 혼합주스를 울면서 마시게 됐다” “관광업으로 동남아시아, 인도, 이름조차 모르는 나라 사람들에게 필사적으로 머리를 숙이면서 외화를 벌고 있다”. 당시 이 글은 1주일 만에 200만 회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일본 대기업의 대졸 근로자 초임이 한국 대기업의 70%가량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물가를 감안한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는 일본이 한국의 63%에 불과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3년 대기업 대졸 초임으로 일본(1000인 이상)이 2만 4593달러, 한국(500인 이상)은 3만 5280달러였다. PPP 기준으로는 각각 3만 6466달러, 5만 7568달러로 집계됐다.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 3만 3849달러로 한국(3만 5563달러)보다 적었다. 2022년 역전된 후 2년 연속 밀렸다.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 저성장이다. 1991~2010년 일본의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은 약 0.9~1.1%로 미국과 유럽의 2~3% 수준을 훨씬 밑돌았다. 위기는 1985년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미국·일본·독일이 일본의 엔화와 독일(서독)의 마르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대폭 올리기로 한 ‘플라자 합의’에서 시작됐다. 당시 엔화 가치가 달러당 260엔에서 120엔대까지 빠르게 치솟아 수출이 급감하자 일본은 과도한 부양 정책으로 대응했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자산 거품이 생겼다.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졌고 엔고로 자본이 이탈해 제조업 공동화를 겪었다. 반면 함께 평가절상에 나섰던 독일은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하르츠 개혁 등 구조 개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면서 지속 성장의 길을 걸었다. 유럽 단일 시장 형성과 유로화 도입도 부작용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됐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한 후 장기 저성장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미국과의 협조 아래 엔화 가치를 과감히 낮추는 것이었다. 집권 초 달러당 80엔이었던 환율이 현재 150엔 수준으로 올랐다.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익이 늘면서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닛케이지수가 1989년 버블 시기의 고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높아진 물가로 내수업종 종사자들과 30%에 달하는 고령 연금 생활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2차 아베 내각 이후 10년 동안 연평균 실질 GDP 성장률도 0.69%로 이전 10년 0.61%에 비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황혼기로 접어드는 일본 경제의 침몰이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의 장기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5년마다 1%씩 떨어지면서 잠재성장률 2%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생산인구 감소에다 낮은 생산성 등으로 저성장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연금 재정이 고갈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기술력도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국에 따라잡히면서 수출 전선은 물론 내수 시장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우리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륙을 헤맬 날이 머지않을 수도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독일처럼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노동·연금·교육·규제 등의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난데없는 계엄·탄핵 사태로 구조 개혁이 물 건너갈 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성장의 회복,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나아가 이 대표가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돈 풀기’에 매달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구조 개혁의 키는 거대 야당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당이 구조 개혁에 앞장서면서 동시에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분배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시장 원리를 존중하면서 조율해나가야 한다. 계엄·탄핵 혼란 속에서도 민주당이 국민연금 개혁에 나선다고 한다. 정부와 여야가 합리적으로 조율해 연금 문제 등에서 개혁 성과를 거둬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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