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주 2회 변론 기일을 지정한 배경에는 신속하게 탄핵 심리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자리한다. 윤 대통령 측은 준비해야할 증거와 자료가 방대해 주 2회씩 심리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지만, 헌재는 이러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2월 13일까지 주 2회씩 변론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리 당시에도 2~3회의 기일을 미리 지정해두고, 증인 신문과 증거 채부 여부를 결정했다. 헌법재판관 전원이 참석해 중대한 사안을 심리하기 때문이다. 헌재는 탄핵 심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 추가 기일을 지정하며 심리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6일 열린 윤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 심판 변론 기일을 종료하며 “2월 6·8·11일을 추가 변론 기일로 지정하고 오전 10시부터 변론을 시작해서 종일 진행한다”고 밝혔다. 증인 신문 등이 길어져 변론 진행이 더딜 것을 대비해 기일 시작 시간은 기존 오후 2시에서 오전으로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재판부에 탄핵 심판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호하기 위해 변론 기일 간격을 연장해달라고 거듭 밝혔다. 이어 “아무리 빠르게 심리를 해야할 사유가 있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인권이 있다. 변호인은 로봇이 아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행은 “재판부서 충분 논의한 사안으로 (기일 간격을)변경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헌재는 과거 박근혜 탄핵 심판 때도 주 2~3회씩 총 17회의 변론을 거쳐 탄핵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도 탄핵 소추안과 양측의 쟁점을 중심으로 심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추가 기일을 지정할 전망이다.
이날 헌재는 국회와 윤 대통령 측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채부와 증인 신문 일정을 확정했다. 헌재는 국회 측이 요청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 등을 모두 증인으로 채택했다. 윤 대통령 측의 김 전 장관 증인 신청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다음 기일인 23일부터 곽 사령관과 조 청장의 증인 신문이 진행된다.
헌재는 김 전 장관을 다음 달 6일 증인으로 부르려 했으나 윤 대통령 측에서 첫 번째 순서로 당겨달라고 요구해 평의에서 이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윤 대통령 측은 다른 증인들을 신문할 때 김 전 장관과 대질할 수 있도록 함께 불러달라고 헌재에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문 권한대행은 “그건 좀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김현태 육군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 등 다른 증인도 신청했다. 헌재는 이와 관련해서는 추후 논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헌재가 신속한 탄핵 심리에 나섰지만, 국회 측과 윤 대통령측이 12·3 계엄 사태를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최종 선고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안이 각하돼야 한다며 국회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대통령이 현 사태를 비상시국으로 인식하고 충분한 검토하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또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용이며 내란죄 철회 등 탄핵소추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변론 시작에 앞서 위법한 탄핵소추로 구금됐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 측은 1시간 이상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며 계엄은 비상시국에서 이뤄진 정당한 판단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헌법, 정부기관 해킹 시도와 선관위의 부실한 투표지 분리기 관리 등 허점을 고려할 때 부정선거를 의심할 정황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2시간 만에 계엄 선포가 해제됐으므로 ‘평화 계엄’이라고 거듭 재판부에 설명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야당이 정권을 탈취하기 위해 윤 대통령을 탄핵시키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배진한 변호사는 “국회 재적 과반수를 차지한 야당은 국가와 국민 위해서 활동하지 않았고 정권 탈취를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고 짚었다.
반면 국회 측은 절차와 법적 요건을 어긴 위헌 계엄이므로 탄핵 소추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국회가 주장한 탄핵소추 사유는 계엄 조건 위반과 선포 절차 위반, 국회 기능 마비, 포고령에 명시된 국회 및 지방의회 등 정치활동 금지와 관련한 위헌성, 선관위 침탈 등 총 다섯 가지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일부 지지자들에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망상에 근거한 경거망동한 태도로 반성하기는커녕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도 막무가내로 거부했다”며 “대통령으로서 헌법을 수호하지 않고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적 시스템을 송두리째 망가트렸다”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