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중국 비야디(BYD)가 가격 부담을 대폭 낮춘 ‘가성비’ 모델을 앞세워 한국 승용차 시장을 공략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진입 장벽을 허물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나간다는 전략이다. 단순 저가 전기차를 넘어 기술력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한다면 한국 전기차 중심의 국내 시장 판도가 뒤흔들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비교적 짧은 주행거리와 중국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 등은 넘어야 할 산이다.
BYD코리아는 16일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BYD 승용 브랜드 출범 행사를 열고 국내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BYD코리아의 국내 승용차 시장의 진출은 2016년 10월 한국법인 설립 이후 약 9년 만이다. 기존에 선보였던 전기버스·트럭·지게차 등 전기 상용차에 더해 전기 승용차로 판매 영역을 확대했다.
무대에 오른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경리는 “올해 한국 승용차 시장에 들어온 목적은 단순히 몇 대의 차량을 팔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이 BYD 제품을 체험하고 전기차가 단순 교통수단에 그치지 않고 생활 필수품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토3는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한 ‘선봉장’으로 낙점됐다. 저렴한 가격과 안전성을 고루 갖춘 ‘베스트셀링’ 모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판매 가격은 기본트림(아토3) 3150만 원, 상위트림(아토3 플러스) 3330만 원으로 책정했다. 3000만 원 중반대로 출시될 것이라는 업계 예상을 깨고 가격 부담을 확 낮춘 것이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으면 기본트림 기준으로 290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토3는 이날부터 사전계약을 받은 뒤 다음 달 중순부터 고객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전기차 대중화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인 높은 구매 비용을 해소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려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경쟁 모델인 기아 EV3(3995만~4850만 원)와 비교하면 최대 1000만 원 넘게 저렴한 가격이다. 아토3의 일본 판매가도 4000만 원대로 국내 가격보다 높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BYD 전기차 특성상 구매 보조금 측면에서 불리한 점도 판매가격 책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저렴한 가격과 달리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가능 거리는 약점으로 꼽힌다. 아토3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321㎞(복합·상온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충전 불편 등으로 긴 주행거리를 선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EV3(최대 510㎞)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아토3 실내는 기타를 연상하게 하는 도어포켓 등 독특한 디자인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는데 아늑한 실내 공간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BYD코리아는 전기차 안전과 관련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LFP 배터리 기반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해 화재·폭발 등 위험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배터리는 못으로 배터리를 관통하는 내구성 테스트에서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달리 화염이나 연기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AS 등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BYD코리아는 6개 공식 딜러사와 함께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주요 지역 및 도시에 15개 전시장과 11개 서비스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확대하고 차량 수비 등에서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부문 대표는 “서비스 네트워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장해 나갈 것이고 가장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부품 운송 시간 자체가 굉장히 짧고 자체적인 물류 역량도 갖추고 있어 차량 수리나 부품 공급에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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