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주요 외교·안보 수장 지명자들이 잇달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미국의 북핵 정책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애써 그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최근 미국 국무·국방 장관 지명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핵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는 북한을 두고 ‘핵 보유국 지위’라고 표현하며 ‘스몰딜’ 가능성을 시사했다. 스몰딜은 북한의 완벽한 비핵화 추진보다는 현 상태에서 핵을 동결하거나 군사력을 축소할 때 대북제재 해제 같은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지위와 핵탄두를 운반하는 미사일 사거리 증대에 대한 강도 높은 집중, 증대되는 사이버 역량은 모두 한반도,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칭하는 것을 꺼려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국방정책 최고 책임자가 이를 공개 언급함으로써 향후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며 핵·미사일 동결 및 군축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도 이달 1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트럼프 당선인이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단기간 내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스몰딜 형태로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역시 ‘북한 비핵화’는 거론하지 않은 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두고 “관련 핵무기를 권력 유지하기 위한 보험 정책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른 나라들이 각자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도록 자극하지(encourage) 않으면서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지가 우리가 찾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수개월간 검토 기간을 통해 확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요 인물들이 북한 비핵화보다는 현 상태를 인정하고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두는 모양새는 우려된다. 지금은 북한의 핵 보유여부와 관계없이 궁지로 몰아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정책이라면 핵 인정 단계에서는 핵도 보유하고 제재도 받지 않는 형태가 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직접적인 핵 위협에 노출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북한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 번영의 필수 조건이자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달 16일 “루비오 지명자가 미 신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언급한 만큼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정책 공조하에 북핵·북한 문제에 대한 조율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미 측의 정책 검토 과정에서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이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