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판사에게 살해를 협박하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극단적인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마이너 갤러리에 소준섭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향해 “출퇴근길에 잡히면 참수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소 판사는 윤 대통령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심사하고 “이 사건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제4항에 따라 기각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고를 접수하고 게시물 작성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서울 금천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이 게시물 신고를 접수한 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를 맡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게시물 관계자의 신원을 특정하는 등 초기 수사를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은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7일 서울서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가운데,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서부지법 앞으로 몰려가 전날부터 농성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철문을 닫는 과정에서 법원 직원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20대 남성을 16일 현행범 체포하기도 했다.
체포영장 집행 이후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법적 절차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지지자들의 행동도 점차 과격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의 거취에 따라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천 공수처 청사→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와 서울서부지법으로 이동 중인 집회에서는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 “우리 한 몸을 희생하자”는 실제 극단적인 발언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당일에는 공수처 인근에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50대 남성이 분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남성은 3도 화상을 입어 치료 중이지만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갈등을 부추기는 중심에는 극우 유튜버와 커뮤니티 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0대 남성이 분신한 같은 날 오전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누가 분신이라도 해달라” “어르신 한 분만 희생해주면 안될까”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게도 개인적으로 생명을 던지겠다 이런 메시지가 수백 통이 왔다. 그래서 ‘지금은 때가 아니니 언제든지 죽을 기회를 줄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서 효과 있는 죽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커뮤니티 등을 접한 이용자들의 ‘흑백 논리’가 심화돼 극단적인 행동이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사회학 박사인 오찬호 작가는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알고리즘으로 인해 확증편향이 심해져 ‘우리는 선이니 악을 응징해야 한다’는 사고가 자리잡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계엄과 탄핵 등 복잡한 정치 의제가 연관되면서 인터넷에 대한 몰입도가 삶을 좌우할 정도로 높아졌다. 레거시 미디어의 행간을 이해할 수 있는 힘(미디어 리터러시)가 사라지면서 느리고 정제된 뉴스보다는 빠르고 급진적인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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