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새벽배송 종사자가 건강 악화를 우려할 수준의 야간 노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은 이 일이 주수입이고 상당한 업무 통제를 받고 있어 스스로 이 상황을 바꾸지 못한다. 개인사업자처럼 자유롭게 일하고 돈을 벌려다가 근로자처럼 고용종속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새벽배송 플랫폼 노동국회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토론회는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 일의 변화와 사회안전망 연구팀’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국회의원단이 주최했다.
작년 10월 11~18일 야간·새벽 배송종사자 102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이들은 장시간 근로 환경에 놓였다. 1021명 중 최근 한 달 간 아픈 경험을 묻자 589명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94%는 아파도 일한 경험이 있었다. 일한만큼 쉬지 못하는 상황이 원인으로 보인다. 65%는 ‘휴식이 어렵다’고 85%는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쉬지 못한 이유 1위는 물량이 38.8%로 1위다. 2위는 시간 압박(27.7%)이다. 새벽배송 근무일수를 묻자 68%는 ‘주 5일 이상 일한다’고 답했다.
이 상황은 이들의 건강의 적신호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암연구소는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배송기사의 과로사는 사회적 문제 중 하나다.
배송업무의 구조를 보면, 배송기사는 물량건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된다. 이 때문에 스스로 업무 강도를 높였을 가능성이 높다. 52%는 새벽배송 소득이 수입 전부라고 답했다. 또 이들은 본인 차량을 이용하거나 비품을 스스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없어 대부분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번 설문은 이들이 타의적으로 업무를 늘려야 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보였다.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배송업무 시스템을 통한 업무 지휘와 통제 여부에 대해 업무 속도의 경우 83.8%가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배달경로 답변도 79.9%를 기록했다. 심지어 62%는 ‘최소 성과를 미달할 경우 일감 제한과 업무 상실 위협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새벽배송의 허구적 자율성과 (업무) 알고리즘 통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새벽배송 종사자의 건강권 보호, 휴식권과 소득 보장, 노동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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