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 저지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된 김성훈 경호차장이 17일 ‘경호처장 직무대행’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내홍, 위상 추락 등 경호처가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위기를 수습할 지도부는 ‘집단 공백’ 상태에 빠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차장은 이날 경찰에 체포된 이후에도 ‘경호처장 직무대행직’을 유지하고 있다. 정상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김 차장은 사의 표명 없이, 지휘 권한을 움켜지고 있는 셈이다.
경찰은 이날 국가수사본부 청사에 출석한 김 차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한 바 있다. 조사 이후 김 차장은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될 예정으로,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 중이다.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된 고위 공직자가 징계 등 조치 없이 직위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수사가 개시된 공직자는 대기명령, 직권면직 등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진다. 일반 공무원과 달리 경호처는 개별 법률에 따라 인사·징계 조치가 이뤄지는 특수직이다. 징계 여부를 조직 스스로가 결정해야 하는데,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체포되면서 전례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차장의 행보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의 대응과 대조된다. 지난 10일 박 전 처장은 경찰의 소환 조사에 출석하기에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경찰 조사에 응하기에 앞서 본인이 직책을 내려놓으면서 경호처 지휘부 무력화를 방지한 것이다.
경호처의 수뇌부 실종 사태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오는 18일에는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경찰의 소환 조사가 예정돼 있다. 이 본부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된 상황이라 경찰은 김 차장처럼 이 본부장이 출석하는 대로 체포영장을 집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경호처의 고위 간부 7명 중 3명이 직무수행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다만 정부는 경호처는 서열 3순위인 안경호 기획관리실장이 실질적으로 조직을 관리하게 되기 때문에 업무상 공백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호처는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윤 대통령에게도 24시간 경호를 제공하고 있고,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를 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차장의) 유고시에는 기획관리실장이 업무를 인계를 받게 돼 있어 업무상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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