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외환 행위를 수사 대상에 추가한 2차 ‘내란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17일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국민의힘이 자체적인 ‘비상계엄 특검법’을 당론 발의하며 더불어민주당과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양측은 인식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합의안 도출에 끝내 실패했다. 야당의 일방적인 특검법 재발의와 여당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거부권(재의요구권) 정국’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네 차례나 머리를 맞대며 특검 법안에 대한 ‘끝장 토론’을 이어갔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8시30분쯤 국회 의장실에서 나와 “현재 결렬됐다”며 “국민의힘은 대법원장 추천 인원을 3명에서 2명으로 수정하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양보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협상 논의가 결렬됐다”고 말했다.
‘특검 불가론’을 펼쳐온 국민의힘은 이날 소속 의원 108명 가운데 104명의 동의를 받아 자체 특검법을 발의한 뒤 야당과 협상에 임했다. “특검법은 철회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야당의 입맛에 맞춘 특검 추진만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 하에 고육지책으로 자체안을 낸 것이다. 특검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쌓아 여당 이탈표 단속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대선 국면에서 중도층 표심 공략에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려있었다.
다만 어렵사리 마련된 ‘협상테이블’에서 여당 측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적지 않은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법안을 발의했지만,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독소조항이 담긴 법안 수용을 내세우는 야당에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즉 여당 자체안을 받지 않으면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것이다.
양당은 특검법에서 정한 △수사 대상 △수사 기간 △수사 인력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특히 일반 국민을 수사할 수 있는 내란선전·선동, 대북 정책 등 외환 혐의, 인지 사건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수사 기간·인력을 놓고도 국민의힘은 110일·58명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150일·155명을 제안해 괴리가 컸다.
권 원내대표는 “외환죄나 외환유치 선전선동, 표결 방해 부분은 위헌이거나 이미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해서 종결 상태인 것을 빼달라고 했는데 민주당이 그걸 안 빼고 ‘주고받자, 우리가 빼면 너희도 양보하라’는 식”이라며 “나는 협상하기 위해 우리 자체 법안을 만든 게 아니라 (야당) 법의 위헌·독소 조항을 뺀 건데 여러분(야당)이 다 받아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협상 데드라인을 이날 자정까지로 정한 민주당은 여당과의 협의가 최종 결렬되면 본회의를 열어 야당 단독으로 의결할 방침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과 협의해서 특검법을 의결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협의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오늘 안에 반드시 의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한 특검법 입법을 요청한 만큼 특검을 둘러싼 ‘거부권 정국’이 또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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