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가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분신을 비롯해 체포적부심을 기각한 판사 협박 글을 올리고 법원 앞에서 불법 집회를 여는 등 의견 표출이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계엄 수사와 탄핵 심판이 본격화되면서 극성 지지자들의 돌발 행동을 부추기는 극우 유튜버들도 속속 등장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마이너 갤러리에 소준섭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향해 “출퇴근길에 잡히면 참수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소 판사는 윤 대통령이 청구한 체포적부심을 심사하고 “이 사건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기각한다”고 밝힌 인물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신고를 접수하고 게시물 작성자에 대한 신원 파악 등 초기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은 실제 행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 200여 명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구속영장 청구를 저지하겠다며 전날 늦은 밤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여 미신고 불법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정문과 후문에서 서로 팔짱을 낀 채 ‘인간 띠’를 만들고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20대 남성이 법원 직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되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이날도 법원 인근에서 시위를 이어가다가 이날 오후 5시 40분께 공수처 차량 두 대가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 법원 정문으로 진입하자 연신 고성을 지르며 ‘판사도 빨갱이’ ‘이순형 구속’ 등 과격한 구호를 연호했다. 한 지지자는 정문 앞에서 난동을 피우다가 경찰들로부터 강제퇴거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체포영장 집행 이후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법적 절차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지지자들의 행동도 점차 과격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의 거취를 따라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천 공수처 청사→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와 서울서부지법으로 이동 중인 집회에서는 “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 “우리 한 몸을 희생하자”는 극단적인 발언이 나오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당일에는 공수처 인근에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50대 남성 A 씨가 분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A 씨는 같은 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방화를 시도했고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인근 공터에서 벌어진 방화 추정 화재에서도 경찰의 용의 선상에 올랐다.
갈등을 부추기는 중심에는 극우 유튜버와 커뮤니티 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0대 남성이 분신한 날 오전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누가 분신이라도 해달라” “어르신 한 분만 희생해주면 안 될까”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게도 개인적으로 생명을 던지겠다, 이런 메시지가 수백 통 왔다. 그래서 ‘지금은 때가 아니니, 언제든지 죽을 기회를 줄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서 효과 있는 죽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전 목사가 이끄는 대국본 측은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경각심을 촉구하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커뮤니티 등을 접한 이용자들의 ‘흑백논리’가 심화돼 극단적인 행동이 지속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사회학 박사인 오찬호 작가는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알고리즘으로 인해 확증 편향이 심해져 ‘우리는 선이니 악을 응징해야 한다’는 사고가 자리 잡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계엄과 탄핵 등 복잡한 정치 의제가 연관되면서 인터넷에 대한 몰입도가 삶을 좌우할 정도로 높아졌다. 빠르고 급진적인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 수위 높은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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