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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5% 성장 턱걸이…올해는 내수부진·트럼프 스톰에 '암울'

■中 4분기 깜짝성장에 '바오우' 사수

잇단 경기부양책·수출 증대 효과

일각선 "성장률 왜곡" 의구심도

美관세정책에 수출 직격탄 우려

소비·부동산 침체 등 비관론 커져

주요기관 "올 4%대 성장 그칠것"

베이징의 한 거리에서 17일 택배 배달원이 배달 차량에 앉아 있다. AFP연합






중국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0%를 기록하며 성장률 목표(5% 안팎) 달성에 성공했다. 4분기 성장률이 깜짝 반등한 결과지만 올해는 ‘바오우(保五·5%대 경제성장률 유지)’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속에서도 하반기 경기부양책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률 목표 달성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비관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지난해 연간 GDP가 134조 9084억 위안(약 2경 6770조 원)으로 5.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통신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망치 중간값 4.9%를 웃도는 수치로 중국이 설정한 ‘5% 안팎’의 목표치와 정확하게 부합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평가받는 5%대를 유지한 것은 4분기 경제성장률이 5.4%로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직후인 2023년 2분기(6.3%) 이후 6개 분기 만의 최고치다. 시장에서 예상한 5.0%를 훌쩍 뛰어넘은 것은 중국 당국이 내놓은 각종 경기부양책과 급증한 수출이 4분기 성장률을 견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해 1분기 5.3%의 성장률로 출발했지만 2분기 4.7%, 3분기 4.6%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연간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불안감이 확산했다. 그러자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9월 말부터 금리·지급준비율 인하, 부동산 안정대책, 지방정부 부채 해소 방안, 소비촉진책 등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쏟아냈다. 그 결과 4분기 성장률은 전문가들이 예상한 5%를 훌쩍 넘었고 연간 5%를 사수했다.

수출 역시 4분기에 호조를 보였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달러 기준 지난해 10월(12.7%)과 12월(10.7%) 두 차례나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3조 5772억 달러(약 5211조 원)로 전년 대비 5.9%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기업들이 저가 물량을 해외로 대규모 공급하고 도널드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관세 인상을 우려해 구매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5.8%, 3.5% 증가하며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를 보였다. 캉이 국가통계국 국장은 “2024년 외부 압력이 커지고 내부 어려움이 늘어난 복잡한 상황에서 온중구진(안정 속에서 나아감)의 업무 기조를 견지하면서 고품질 발전을 착실히 추진했고, 특히 적시에 증량정책(경기부양책) 패키지를 내놓아 사회적 자신감을 효과적으로 진작했다”고 밝혔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에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많은 중국인들은 물론 경제학자들, 심지어 고위 공무원들도 중국 GDP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중국 GDP 수치는 거의 항상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정부 연간 목표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베이징대의 한 경제학자는 “많은 학자들이 공식 GDP 성장 데이터가 종종 최대 ±2%포인트까지 부정확하다고 믿고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왜곡이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미국 컨설팅 업체 로듐그룹의 분석가들은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이 공식 목표의 약 절반인 2.4~2.8%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대비 10.6% 하락해 부동산 장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음을 반영했다. 12월 도시 실업률도 5.1%를 기록하며 전월(5%) 대비 악화됐다. 중국 인구도 지난해 말 기준 14억 828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9만 명 감소하는 등 3년 연속 줄었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당국은 올해 최우선 경제 과제로 소비 진작을 내세우며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된 통화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연초부터 중고 제품을 새 것으로 교체할 때 지급하는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소비 촉진에도 나섰다.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중 견제도 중국 경제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고했고 최대 6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 경우 중국 경제의 한 축인 수출이 직격탄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국은 공무원 급여를 인상하기로 했고 각 지방정부도 최저임금을 올리며 소비 여력을 높이고 있지만 중국인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달 말 춘제(음력 설) 연휴 전 지급준비율 인하 등 유동성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보다 적극적인 부양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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