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속되자 윤 대통령 측 지지자들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침입해 기물을 파손하고 소화기를 뿌리는 등 폭도를 연상케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법원 일대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을 방불케하는 현장으로 변했다.
19일 오전 2시 50분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가 증거인멸 등을 이유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지지자들은 격분하며 서부지법의 담을 넘어 경내로 침입했다. 구속영장 발부 직후 지지자들은 경찰이 배치돼 있지 않은 후문을 이용해 법원으로 들어갔다.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집기를 집어던지는 등 물건을 파손했다. 습격한 시위대는 한 때 법원 3층까지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시위대가 법원을 점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건물 외벽도 파손됐고, 에어컨 실외기도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입간판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경찰이 집회 참석자들의 안전을 위해 배치한 바리케이트도 산산조각 나 있었다.
경찰은 방패를 들고 경내로 들어와 해산을 요구했지만 상황은 진정되지 않았다. 경찰이 경내에 진입한 지지자들을 해산하기 위해 출동했지만 시민들은 소화기를 뿌리며 격하게 저항했다. 마치 과거 외국에서 발생한 폭동 사건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지지자들의 건물 침입을 독려하기도 했다. 한 보수 유튜버는 “해산하면 안된다. 해산하면 경찰이 후문 쪽으로 갈테니 시간을 끌어라”고 외치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법원에 진입하지 않는 지지자들을 향해 “왜 안들어오냐”며 욕설을 뱉기도 했다.
욕설과 고성은 예삿일이었다. 지지자들은 법원을 향해 욕설을 하며 “판사 다 내려와”, “자유대한민국은 죽었다”고 외쳤다. 일부 지지자는 판사의 신변에 위협이 가해지는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기도 했다. 차 판사는 법원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문과 후분에 경력을 배치하고 경내로 침입한 지지자를 끌어내는 등 해산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100명 이상의 지지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탓에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이 내부로 진입하면 지지자들이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는 등 실랑이도 이어졌다. 후문에도 경력을 배치하기 위해 경찰차가 들어서려 했지만, 지지자들이 차량을 밀어내 진땀을 빼기도 했다. 소방은 응급상황을 대비해 구급차와 소방차를 정문 앞에 대기시키고 있다.
지지자들 간 내부 분열도 발생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법원에 침입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그만하라”며 만류했다. “다시 도로로 나와 달라”고 외치는 지지자와 “선동하지 말아라”고 반박하는 지지자 사이에서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훼손된 담벼락 인근에서는 일부 지지자가 법원에 침입한 지지자에게 “분풀이 했으면 됐다. 빨리 나와라”라며 “너희 때문에 집회가 이상하게 됐다. 경찰들이 출동했다”고 외쳤다.
한편, 이날 오전 2시 50분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전날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뒤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구치소에 있는 윤 대통령은 정식 입소 절차를 거쳐 수용되며 최대 20일간 구속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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