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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해저케이블 손상, 단순 사고 가능성 무게"

서방 정부당국 사이에 공감대 형성

러시아 사보타주란 증거 발견 못해

파나마 국기를 게양한 유조선이 독일 발트해 루겐 섬 북쪽 해상에서 표류 중이다. AFP연합뉴스




최근 러시아의 고의적 사보타주(파괴 공작)로 알려진 발트해 해저케이블 손상 사건이 해양 사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과 유럽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일련의 발트해 해저케이블 손상 사건의 원인이 사고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보당국자들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6개국 보안 기관이 참여한 조사에서 해저케이블 손상이 고의로 발생했거나 러시아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통신 감청과 여러 기밀 정보를 분석한 결과,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선박에 경험 없는 선원들이 승선하면서 발생한 사고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당국자들은 우발적 사고였을 가능성이 크고 러시아가 연루됐다는 점을 시사하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다른 두 유럽 정보기관 당국자들도 미국의 이 같은 평가에 동의했다고 전해졌다.



다만 이를 반박하는 견해도 여전하다. 핀란드군 정보기관 수장이었던 페카 토베리 유럽의회 핀란드 대표는 이를 모스크바의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하이브리드 전술은 사이버테러, 정보전, 기반 시설에 대한 사보타주 등 비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하이브리드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사실에 대한 부인"이라며 "러시아가 법정에서 인정될만한 증거는 남기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사고라고 단정 짓는 것은 완전히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보안 연구회사 제인스의 해군 전문가 마이크 플런켓은 2023년 이후 발트해 지역에서 닻이 떨어지는 사고가 세 번 발생할 가능성은 0%는 아니지만 매우 작다고 지적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에릭 시아라멜라 선임연구원은 해저케이블 절단 사건이 "무작위적인 사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러시아 정보당국이 독일 기업 경영진을 암살하려 하고 유럽 전역의 공장에 불을 지르려 하는 상황에서 조직적인 작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발트해 해저케이블 손상 사건은 최근 18개월간 총 세 차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이 훼손됐고, 11월에는 핀란드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해저케이블과 리투아니아와 스웨덴 고틀란드섬을 연결하는 케이블이 절단됐다. 2023년 10월에도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 및 통신 케이블이 파손됐다. 서방에서는 일련의 사건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막기 위해 러시아가 벌인 공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에 발생한 사건의 경우 발트해 연안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 전력망을 분리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런 의심을 더 키웠다.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발트해에서 회원국의 해저 케이블을 겨냥한 사보타주를 억지하기 위해 감시 강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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