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대기업의 투자가 위축되자 건설사들의 위기감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주던 반도체와 화학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발주 물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건설사들은 실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내 주택 확대 및 해외 신사업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지난해 3분기 건축 부문 매출은 3조 5390억 원으로, 전년 동기(4조 1410억 원)보다 14.5% 감소했다. 삼성물산 건축 부문의 3분기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22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건축 부문에는 주택과 반도체 공장 등 하이테크 공사 매출이 포함된다.
건축 매출이 감소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삼성전자가 발주한 2조 원 규모의 평택 4공장(P4) 완공 임박이 꼽힌다. 공정률에 따라 매출이 발생하는 건설 현장은 준공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매출이 작아지는 구조다. 문제는 반도체 불황에 앞으로 신규 발주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이테크 공사는 공사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수익성이 높아 건설사들의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3분기 삼성물산의 건축 부문 누적 수주액은 약 8조 원으로 전년(15조 원)대비 40% 이상 감소했다. 삼성물산 측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하이테크 공사의 경우 삼성전자의 발주 시기 변동성이 높아 매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신규 비즈니스 발굴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건설도 올해 그룹 내 공사 일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해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2022년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에서 추진 중인 2조 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시공권을 확보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롯데건설 매출 6조 8000억 원에서 약 1조 원이 내부 거래였다. 백화점과 마트를 등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신규 출점 수가 줄어든 것도 건설 매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신세계그룹이 경기 침체 등 여파에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창원’의 개장을 지난해에서 오는 2027년으로 연기하면서 시공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신세계건설의 수주 시기도 미뤄지게 됐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사의 신규 공사 발주뿐 아니라 기존 건물을 증축하는 리모델링 투자도 현저히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사비를 제때 받지 못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매출 공백이 예상되자 건설사들은 신사업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외 참여 가능한 반도체 관련 공사 물량을 지속 발굴하고, 해외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히타치 에너지와 손잡고 해외 초고압 직류송전(HVDC)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롯데건설은 국내 주택사업을 확대한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2조 원의 정비사업 수주액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3500억 원 규모의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 재개발 공사를 수주하는 등 주택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해외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전 관련 사업 등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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