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가운데 대통령실 앞에 줄지어 늘어서 있던 화환 2000여 개가 철거될 예정이다.
20일 용산구청에 따르면 대통령실에서 가까운 이태원로 일대 약 1.3㎞ 구간에는 윤 대통령 응원 화환이 2000여 개가 놓여 있다. 이 화환은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 시도하려 한 지난달 초부터 놓이기 시작했고,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 생일을 맞아 급증했다.
도보의 3분의 1을 차지한 화환 행렬에 시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화환은 길가에 넘어진 채 방치돼 있어 시민들이 발로 빌면서 통행로를 확보하기도 했다. 한 달 넘게 방치된 화환은 시든 꽃이 썩어가고 있으나 화환 관리, 철거 주체 등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관할 구청, 기관들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녹사평역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30대 박모씨는 “2층 가게라서 뷰가 좋은데, 화환이 세워지며 곤혹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치워도 되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용산구는 지난 8일 ‘안전한 보행 환경 조성을 위해 자진 철거를 요청’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녹사평대로 인근에 내걸었다가 하루 만에 철거하기도 했다. 인근 상인들도 불만을 표했다. 이와 관련, 용산구청 측은 법적 검토를 거친 결과 해당 화환을 ‘불법 광고물’로 보고 순차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양이 많아 한 번에 정리할 수는 없어 녹사평역 인근부터 철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집회 신고가 돼 있는 경우 물품을 비치할 수 있지만, 해당 장소에는 집회 신고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용산구청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 육교에 걸린 현수막과 태극기 등 20여 개도 철거한 바 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화환 자체를 불법 광고물로 볼 수 있어, 현장 관리자에게 자진 정비 요청을 한 상태”라며 “양이 상당히 많다 보니 한 “한 번에 제거할 수는 없어 일부 구간에 한해 순차적으로 철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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