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오전 향년 88세의 나이로 선종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교황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며 추모했다.
천주교 신자인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선종을 깊이 애도한다”며 “교황님은 전 세계인들에게 자비와 평화의 상징이었으며, 언제나 사회적 약자와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깊은 연민과 포용을 보여주셨다”고 적었다.
이어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껴안아 주고,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미사를 집전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교황님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도 늘 기도해주셨다”고 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바티칸 교황청을 두 번 공식 방문했을 때,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해주셨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북한을 직접 방문할 뜻이 있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해주셨다”고 회고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을 찾은 문 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요청 의사를 전달받고 “공식적으로 초청하면 방문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DMZ 철조망으로 만든 십자가를 교황님께 선물하며 한반도에서 꼭 뵙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드렸던 저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교황님의 격려와 성원은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황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애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아시아 대륙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당시 교황은 방북을 추진했지만,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무산됐다. 교황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방북 의사를 밝혔으나 끝내 성사되진 못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개최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두 번째 방한이 기대됐으나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방한은 차기 교황의 몫이 됐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는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의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간소한 무덤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유언장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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