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정권 연장론이 정권 교체론을 앞질렀다. 지지율의 가파른 상승에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총공세에 나선 반면 민주당은 “송구하다”며 자세를 낮췄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구속 국면에서 강화된 보수 진영 결집이 중도층 지지율 흡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0일 여론조사 전문 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대선 집권 세력 선호도에서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은 48.6%, ‘야권에 의한 정권 교체’는 46.2%로 각각 조사됐다. 이번 여론조사는 윤 대통령이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에 체포된 직후 실시돼 여권 지지층의 결집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30세대와 중도층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12월 첫 조사에서 정권 연장을 지지하는 2030세대 비율은 30%를 밑돌았지만 이번에는 각각 20대 52.7%, 30대 50.8%가 ‘정권 연장’으로 기울었다. 중도층 역시 “정권을 연장해야 한다”는 답변이 42.5%로 첫 조사 대비 16%포인트 급증했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46.5%, 민주당은 39.0%를 기록했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7.5%포인트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 것은 지난해 7월 3주 조사 이후 6개월 만이다. 다만 직전 조사에 보수 286명, 진보 242명이 참여한 반면 이번 조사에는 보수 371명, 진보 226명이 참여해 ‘보수 과표집’이 발생했을 수 있다. 이번 조사에는 윤 대통령 구속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사태는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지지율 상승세를 의식한 듯 연일 ‘이재명 때리기’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조기 대선으로 범죄를 덮겠다는 이 대표의 의도를 온 국민이 알고 있다”며 “그러니 이 대표와 민주당 지지율이 폭락하고 민주당이 살려면 이 대표를 손절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 영남권 여당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끝났고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이라며 “최근 여론조사는 민주당이 마녀사냥하듯 힘을 과시하는 것에 대한 반감의 결과”라고 꼬집었다.
당 일각에서는 지지율 상승이 일시적 현상일 뿐 중도층을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더 이상 강력한 의견을 가진 지지자들에게만 호소해서는 절대로 다수를 차지할 수 없다”며 “강한 의견만 옳다고 생각하지 말고 중도 보수와 중도까지 아우르는 당으로 거듭나자”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계엄·탄핵 정국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대표는 이날 이해찬 전 대표 등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갖고 하락세를 이어가는 지지율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쓴소리를 들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원로들에게 “당에 대한 걱정을 할 것 같아 송구하다”고 했고 원로들은 “점령군 모습은 절대 안 된다. 민생에 집중하라” 등의 조언을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여론조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국가를 위해 내란을 신속히 진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여론 흐름에 대해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7.8%,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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