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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돌입한 서부지법] 月 판결만 2000건…시민들 "재판 밀리나"

'정상 운영' 공지에도 피해 심각

불안감 확산에 법원 "문제 없어"

인권위 "소요사태 재발 가능성"

'尹 방어권 보장'안건 논의 취소

20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내 한 법정 앞 전광판이 박살나있다. 장형임기자




“전광판이 나갔는데, 오늘 재판 열리는 거 맞나요.”

서울 서부지방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벌인 불법 폭력 사태로 아수라장이 된 뒤 시민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부지법 측이 정상 운영 방침을 밝혔지만 파손 피해가 극심한 만큼 자신의 재판에 직간접적인 악영향이 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폭력 집회가 사회 전반을 마비시키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방문한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은 삼엄한 경비 속에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는 분위기였다. 경찰은 법원 진입로에 3중 바리케이드를 치고 직원과 재판 당사자, 취재진을 제외한 일반인의 법원 출입과 차량 진입을 막았다. 법원 내부도 전날 새벽에 벌어진 난동의 여파로 어수선했다. 민형사 법정이 있는 3~4층을 돌아보니 단 4곳을 제외하고는 통상 ‘오늘의 공판 안내’ 일정을 띄워야 하는 전광판이 모두 꺼져 있고 일부는 박살이 나 있었다.

법원 복도를 서성거리던 민사 재판 당사자 A 씨는 “원래 일찍 와도 재판장 문이 열려 있는데 오늘은 잠겨 있고 전광판도 꺼져 있다”며 “기일이 열리는 게 맞냐”고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이어 A씨는 “이미 1년 반째인데 재판이 또 연기되면 절대 안 된다”며 심란함을 토로했다. 전날 네티즌 B 씨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일 소송이 있는데 일어나니 법원이 무너졌다”며 “사법부가 공격 받은 게 처음이라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글로 당혹감을 표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재판이 줄줄이 밀리는 것 아니냐” “(난동 사태로) 다른 사람들의 일상까지 망가졌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당초 서부지법은 “20일부터 정상 운영을 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재판을 앞둔 시민들의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공개된 난입 당시 영상에서 극렬 지지자 일부가 판사실까지 침입하고 컴퓨터에 물을 붓는 모습이 포착돼 피해 수준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서부지법에서는 청사 1층은 물론 당직실, 5~6층 등 판사·법원공무원이 일하는 공간까지도 피해가 확인됐다. 다만 이날 법원 관계자는 ‘혹시 중요한 자료가 미처 복구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자료 피해가) 재판 진행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202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서부지법은 1년간 총 36만 6027건의 사건을 접수했다. 하루에 평균 1476건의 사건이 접수된 것이다. 또 법원통계월보를 살펴보면 서부지법은 지난해 1월 기준 총 2070건을 처리(판결)했다. 단 며칠만 법원이 멈추거나 재판일을 연기하게 돼도 관련된 수백~수천 명에게 피해가 가는 셈이다.

이처럼 주요 기관이 유사시 마비될 경우 수반되는 사회적 손실이 큰 만큼 경찰이 철저한 사전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번 군중이 모이면 진압하기 매우 어렵다. 애초에 집회·시위 허가에 엄격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원 반경 100m 이내 집회 금지라거나 시간 및 이용 도구 등 관련 규정을 조금이라도 어겼을 때 가차 없이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지금은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경찰청이 경찰 개개인을 보호해주지 않는 점도 문제”라며 “과잉 진압으로 민사소송을 당했을 때 조직 차원에서 제대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제 2의 서부지법 사태’에 대비한 기관별 보안 강화 조치도 잇달아 이뤄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윤 대통령이 수용된 서울구치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경력을 확대·상시 배치하기로 했다. 이에 구치소에 4개 중대(1개 중대는 60여명), 공수처에 2개 중대가 배치됐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에 대한 추가 경호 강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소요 사태를 우려해 이날 예정된 2차 전원위원회 개최를 당일 취소했다. 당초 전원위에서는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할 것”을 골자로 한 ‘(긴급)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 상정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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