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시공의무제도가 국내 건설 업계 및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1일 ‘직접시공의무제도의 쟁점과 합리적 개선 방안: 지방계약 제도 변화와 서울시 정책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직접시공의무제도는 건설사업자가 원도급자로서 계약한 공사의 일부를 다른 주체에 위탁하거나 하도급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시공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2006년 도입됐는데,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30억 원 이상 일반공사를 대상으로 입찰참가자의 직접시공 비율을 평가에 반영하는 ‘직접시공 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최근 일부 발주청과 지방계약의 경우 원도급자의 직접시공 의무 및 범위를 강화하는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건산연은 직접시공 정책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먼저 직접시공이 부실공사의 감소 및 품질·안전 향상을 이룬다는 주장에 대한 실증적 규명이 부재한 상황에서 원도급자의 직접시공 의무를 하도급 관련 문제 해소의 취지로만 정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직접시공 활성화를 위한 제반 환경 및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도급자의 의무가 공사 특수성 등에 관한 대한 고려 없이 30억 원 이상 일반공사에 대해 획일적으로 강화된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건산연은 구체적으로 △업계 현실과 괴리가 있는 획일적 규제 운용으로 인한 혼선 발생 △분업화 및 전문화 체계 약화로 인해 건설공사 품질·안전의 일시 저하 우려 △주요 공종에 있어 해당 지역 공사 수주 의존도가 높은 지역건설기업의 시장 퇴출로 인한 역외 유출 불가피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건산연은 “이는 분업화와 전문화 체계를 근간으로 한 건설 생산방식과 그에 따른 업역 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로 업계 내 혼선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상위법령의 범위를 일탈하는 일부 발주청의 독자적 직접시공 정책은 타 광역지자체나 발주청의 지역건설업체 보호 관련 행보와는 상반되며 이는 지역시장의 위축을 비롯한 다양한 역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우려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건산연은 건설공사의 적정 시공과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상위법령 위임하의 정책 운용 원칙 수립 △직접시공제의 실효성 향상을 위한 정책 완화 대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강화 등을 제안했다. 서울시를 포함한 모든 광역지자체는 상위법령에서 정의하고 위임한 사항에 관해서만 직접시공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사 유형을 고려해 직접시공 의무 적용 대상을 축소해야 하며, 공사비에 따라 직접시공 의무 비율을 다르게 설정하고 주요 공종 지정 시 공사 착수 전 낙찰자가 이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 밖에 근로자의 직접고용을 전제로 하는 원도급자 직접시공 여건의 개선을 위해 탄력적인 인력수급 방안을 마련하고 규제 대신 인센티브 중심의 제도로 운영 체계를 전환하는 방식도 내놨다.
김민주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직접시공의무제도가 본래 취지를 실현하려면 획일적 규제 강화보다는 현실적인 대안과 균형 잡힌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며 “특히 턴키 등으로 대변되는 수천억 원의 초대형 공사에서 30% 수준의 직접시공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기업은 현실적으로 없는 등 원활한 직접시공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별 특수성이나 업계 실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상위법령의 범위를 벗어나는 차원에서 정책을 운용한다면 산업 및 업계 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로서의 독립적 정책을 운용하고자 할 경우 우선 상위법령의 위임 하에, 또 업계가 순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관 제도·정책에 대한 보완·완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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