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려 주의·예방이 필요하다는 당부가 나온다.
경남경찰청은 지난해(1월~11월) 도내에서 536건의 보이스피싱 범죄로 말미암아 174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22일 밝혔다. 2022년 521건·107억 원, 2023년 597건·123억 원 등 최근 피해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는 대출 빙자형이 349건이었다. 기관 사칭형은 187건으로 분류됐다.
경남 기관 사칭형 피해는 2023년 20대 이하 비중이 77%로 가장 많았으나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인 36%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50대 이상 피해자 비중은 2023년 13%에서 지난해 49%로 늘었다.
전국에서도 기관 사칭형 20대 이하 피해자 비중은 2023년 75%였다가 지난해 51%로 줄었으나, 같은 기간 50대 이상 피해자 비중은 15%에서 35%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청년층에서 보유 재산이 많은 장년·고령층으로 범행 대상이 바뀐 것이다.
범죄 방식은 카드 배송원을 사칭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 대응센터에서 접수한 ‘카드 배송 사칭’ 관련 신고는 지난해 11월 한 달간 6619건이었다. 2023년 11월 88건과 비교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최근 기관 사칭형 범죄는 카드 배송원이나 우체국 집배원을 사칭해 전화를 거는 방식에서 ‘실물 카드를 우편함에 배송하거나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피해자가 “카드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하면 범죄조직은 ‘명의도용 피해가 우려된다’며 가짜 카드회사 고객센터 번호를 알려주고 전화하도록 권유한다.
이후 범죄조직은 행동 통제에 나선다. 가짜 상담원이 명의도용 여부를 확인한다며 피해자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게 하고 나서 몰래 악성 앱을 깔아 휴대전화 속 정보를 빼가는 식이다.
금융감독원·검찰 사칭범을 등장시켜 ‘유출된 개인정보로 인해 대포통장이 개설되어 범행에 이용됐으니 자금 검수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피해자를 속이기도 한다. 나아가 피해 예방 활동을 무력화 하는 행위도 이어진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이 신청하지 않은 카드가 발급되었다는 연락은 모두 가짜”라며 “범죄 조직은 편리해진 금융서비스 앱을 악용해 피해자 자산 현황을 파악 후 집요하게 범행을 시도하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인증번호를 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반드시 범죄를 의심해야 한다”며 “범죄 조직은 각종 대출까지 받게 해 소중한 재산을 지키려면 구체적인 수법에 대해서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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