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던 남미에서 20년여 만에 대(對)중국 교역액이 40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남미 국가들과 중국 간 경제적 밀월이 깊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견제 정책이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분석한 결과 남미 12개국의 2023년 대중 교역액이 2000년에 비해 40배 증가한 3229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의 대중 무역액은 2015년 처음으로 대미 무역액을 앞질렀으며 2023년을 기준으로 격차가 1.5배 이상 벌어졌다. 2000년만 해도 남미 12개국 중 11개국의 대미 교역액이 중국과의 무역액을 앞섰으나 2023년에는 절반인 6개국에서 대중 교역액이 미국 수치를 추월했다. 특히 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의 대중 교역액은 2000년과 비교해 68배나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적·역사적으로 미국과 가까울 수밖에 없는 남미는 오랜 시간 ‘미국의 뒷마당’으로 지칭됐다. 미국은 냉전 시대 공산주의의 확산을 염려해 이 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했고 친미 정권 수립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무너진 것을 기점으로 미국의 관여는 느슨해졌고 중국이 그 틈을 파고들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남미의 주요 산업인 광업·농업 외에 도로와 철도 같은 인프라 정비에 적극 투자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통신·우주 분야로까지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파나마운하의 전면 반환을 요구하며 군사력과 경제적 압박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파나마가 운하 통제권을 중국에 넘겼다’며 미국이 이를 되찾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 중국에 대한 견제를 분명히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은 남미 국가들이 미중 무역 갈등 2라운드 속에서 실용주의 노선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닛케이는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미중 무역 전쟁 당시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은 미국의 대중 곡물 수출이 줄자 그 공백을 채워 경제적 실리를 취했다”며 “지금도 아르헨티나가 밀과 옥수수의 대중 수출을 확대하는 등 주요국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실리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대표적으로 친(親)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양측과의 교역 확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한때 중국을 “암살자”라고 칭했던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는 상호 보완적인 경제를 가지고 있어 함께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계를 놓고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강화를 위해서라면 필요에 따라 남미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탈퇴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코수르는 아르헨티나·브라질·우루과이 및 파라과이 등 4개국을 주축으로 결성된 공동시장으로, 회원국이 개별 FTA를 체결하는 데 반대해왔다. 다만 밀레이 대통령은 탈퇴라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필요 없이 합의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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