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과 경계선 지능 등 이른바 ‘느린 학습자’로 불리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 수요가 3년 만에 10배 급증했지만 예산 부족과 법적 한계로 교육 현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간 지원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학습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2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지역학습도움센터를 통해 지원을 받은 느린 학습자 학생 수는 2021년 말 3119명에서 2024년 말 7622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난독증 학생은 195명에서 1789명으로, 경계선 지능 학생은 154명에서 1581명으로 각각 10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난독증 학생의 89.7%, 경계선 지능 학생의 72.5%가 초등학생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정서적·심리적 문제나 가정환경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같은 기간 1.5배 증가한 4252명에 이르렀다.
난독증과 경계선 지능 학생 지원 수요가 폭증한 것은 조기 진단 체계가 확대되면서 그동안 파악되지 않았던 학생들이 새로 진단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난독증은 정상 지능을 가진 학생이 읽기와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다. 경계선 지능은 지능지수(IQ)가 70~84로 학습과 일상생활에서 제약을 받는 경우를 말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난독증은 초기 1년간 집중 지원하면 눈에 띄게 개선된다”며 “특히 초등 저학년 시기의 적절한 지원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교육청의 관련 예산은 지난해 78억 원에서 올해 44억 원으로 43.6% 줄게 됐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경상남도교육청은 기초학력 지원 예산이 특별교부금에서 보통교부금으로 전환되면서 절반 이상 삭감됐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난독(읽기 곤란)’ 의심 학생 400명 중 특수교육 대상자 등을 제외한 150명만 진단과 지원을 받았는데 올해는 이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라남도교육청·울산광역시교육청 등도 관련 예산이 올해 30% 삭감됐다. 교육청들은 난독 및 경계선 지능 학생은 법적 지원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안정적 예산 확보가 매년 과제라고 호소했다. 언어재활사나 임상심리사 등 전문인력 부족 문제 또한 심각하다. 한국난독증협회에 따르면 문해교육전문가 자격증을 가진 인력은 전국에 175명에 불과하다.
송연숙 느린학습자시민회 이사장은 “난독과 경계선 지능은 기초학력 지원의 핵심이지만 중고생 대상 난독 지원은 부족하며 연구와 분석도 전무하다”며 “또 난독 평가와 치료가 가능한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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