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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만 하면 피가” 방치하면 치아 몽땅 잃을 수도[건강 팁]

■김근서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교수

초기에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치아 상실로 이어질수도

잇몸 붓고 피나거나 치아 흔들림·입냄새 등이 주요 증상

당뇨·호흡기·심혈관질환 등 전신 질환도 영향줄 수 있어

이미지투데이




치주염은 치아를 지지하는 치주조직에 세균 감염이 발생해 염증이 생긴 상태를 일컫는 구강질환이다.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치아 상실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치주염은 잇몸에 염증이 생기는 치은염으로 시작한다. 제때 적절한 치료와 예방,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염증이 치조골, 잇몸뼈 등 치아를 둘러싼 뼈와 치주 인대로 확산된다. 치주염으로 진행되면 잇몸 뼈가 녹기 시작하면서 잇몸이 퇴축되고 치아가 흔들리는 데다 치아를 뽑아내야 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치주염을 포함한 치주질환은 성인이 치아를 상실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치주염이 심해져 잇몸 뼈가 과도하게 손상되면 임플란트 등 인공치아로 대체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치주염의 주요 증상은 잇몸이 붓고 피가 나거나 욱씬거리고 둔한 통증, 치아의 흔들림, 씹을 때 불편감, 입 냄새 등이다. 질환이 더 진행되면 치아가 흔들리거나 잇몸이 눈에 띄게 내려가 치아 뿌리가 드러나기도 한다. 치주염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약 45~50%가 치주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치은염 및 치주질환은 건강보험 진료 인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치은염 및 치주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1884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 1028만여 명과 비교하면 10년새 무려 83% 증가했고 최근까지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2019-2023년 치은염 및 치주질환 환자 수. 지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분당서울대병원


치주염은 구강 건강 뿐 아니라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치주염이 심혈관질환, 당뇨병, 호흡기질환, 췌장암 등 여러 전신 질환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치주염으로 인해 치아를 상실하고 저작 기능이 약화되면 사회적 고립, 우울증을 유발하고 치매 등 인지기능장애의 발병 위험마저 높아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치주염 환자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을 3가지 정도로 정리해 봤다. 첫째, 치주염은 증상의 개선과 악화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치아에 금이 가고 파절된 경우보다 통증이 크지 않다 보니 치주염이 생겨도 상당히 진행되기까지 큰 불편감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치주염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주관적인 증상에 의존하기 보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둘째, 치주염은 치료를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만성 질환이다. 일정 단계까지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염증을 조절함으로써 치아 상실을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씹을 수 없을 정도로 방치하면 치아 상실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너무 늦지 않게 치과를 방문해야 한다.



셋째, 치주염은 늦출 수는 있지만 완전히 멈출 수는 없다. 적극적인 치료 후에도 환자 본인의 위생관리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다시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치주염의 진행은 환자의 타고난 요소가 많은 영향을 끼친다. 평생 스케일링을 하지 않고 양치에 소홀해도 치아를 잘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위생 관리를 열심히 하는 데도 30~40대부터 잇몸 뼈가 녹고 이가 빠져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선천적으로 치아 건강을 타고났건 아니건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원칙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기본적인 관리와 함께 치아를 아껴서 사용하지 않으면 더 오래 쓸 수 있는 치아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치주염의 치료는 크게 비외과적 치료와 외과적 치료로 나뉜다. 초기에는 스케일링과 치근활택술, 치주소파술 등 비외과적 치료만으로도 효과적이다. 치주염이 진행된 경우에는 비외과적 치료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치주낭(잇몸 안의 치조골이 녹은 부위)을 줄이기 위한 치은박리소파술, 치조골 재생술, 치은 이식술과 같은 외과적 치료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거나 치아와 잇몸 주변 조직을 재생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치주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구강 관리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루 두 번 이상 올바른 방법으로 칫솔질을 해야 한다. 치간칫솔 또는 치실, 구강세정기 등을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치아 사이의 플라크(치태)와 음식물을 제거할 수 있다. 규칙적인 스케일링과 정기적인 치과 검진은 치주염의 예방 또는 조기 치료의 핵심이다. 치주 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당뇨병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담배도 끊는 것이 좋다.

치주염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편감을 유발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치주염이 전신 건강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평소 구강 건강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갖고 예방과 관리, 조기 치료에 힘쓴다면 오랫동안 건강한 치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김근서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교수. 사진 제공=분당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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