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취업한 A씨는 업무를 할 때마다 실수가 잦았다. 상사인 B씨는 ‘그럴 수도 있지’하고 몇 번 넘어갔다. 하지만 지적해도 A씨의 업무가 나아지지 않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참다 못해 B씨는 화를 내면서 “정신 똑바로 안 차려요”라고 지적했다. 다음날 A씨는 B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고 신고했다. B씨는 A씨에게 욕을 하지 않았는데 괴롭힘인지 황당했다.
이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생활노동법률 70선’에 담긴 직장 내 괴롭힘 사례다. B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했을까.
우선 직장 내 괴롭힘 성립요건을 보자. 근로기준법에 규율된 직장 내 괴롭힘은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번째는 회사의 상사 또는 근로자가 같은 회사 소속의 근로자에게 한 행위여야 한다. B씨는 이 조건은 부합한다.
두번째는 직장 내 괴롭힌 행위가 지위 또는 관계상 우위에 있을 때 이뤄져야 한다. B씨는 A씨의 상사이므로 이 요건도 해당한다.
세번째는 업무와 관련된 상황이란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업무상 적정성을 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사가 개인 용무를 위해 심부름을 시키는 일은 적정 범위를 넘는다. 업무라더라도 폭언, 폭행 등 사회통념상 용인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다. B씨는 세번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네번째는 위 3가지 요건으로 피해근로자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을 고통을 받고 이 근로자의 근무환경이 악화돼야 한다. 악화된 환경은 업무를 하기 힘들 정도다. A씨의 사례만으로는 네번째 요건에 부합했다고 보기 어렵다.
생활노동법률 70선은 B씨의 사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4가지 요건 중 2가지만 충족했다. 특히 B씨가 화를 냈더라도 업무 적정 범위 안에 있고 폭언을 하지 않은 일회적인 경우란 점에 주목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는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다. 이 경우 직장은 지체 없이 사실조사를 해야 한다. 조사 결과 괴롭힘이 인정되면 징계 조치를 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피해 근로자는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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