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익힌 돼지고기를 섭취한 뒤 체내에 수백 개의 기생충 알이 퍼진 사례가 공개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응급실 의사 샘 갈리는 지난 20일 한 남성의 엑스레이 사진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리며 “내가 본 가장 이상한 엑스레이 사진”이라고 적었다.
공개된 엑스레이 사진에는 환자의 하반신 전체에 하얀 점처럼 보이는 기생충 알이 가득 차 있었다. 이 환자는 엉덩이 통증을 호소해 내원했으며, 검사 결과 유구낭미충증 진단을 받았다. 유구낭미충증은 날고기나 덜 익힌 돼지고기를 섭취했을 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리 박사는 "기생충은 체내 어디로든 이동이 가능하며, 특히 뇌로 침투할 경우 치명적"이라며 "절대로 생고기나 덜 익힌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 질환을 예방하려면 항상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간질 환자의 70%가 갈고리촌충과 연관됐다고 보고 있다. 매년 250만 명이 감염되는 것으로 추산되며, 아시아·남미·동유럽에서 주로 발생한다. 갈고리촌충은 사람의 소장에 기생하는 돼지고기 조충으로, 낭미충증을 유발한다.
낭미충증의 증상은 두통, 발열, 구토, 식욕 감퇴 등이며, 뇌에 감염된 경우 발작, 뇌염, 뇌압 증가, 수두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치료는 증상의 경중에 따라 구충제인 알벤다졸이나 프라지콴텔을 투여하며, 감염으로 인한 물혹 제거가 필요할 경우 외과적 수술을 진행한다.
미국에서는 익히지 않은 베이컨을 즐겨 먹던 52세 남성이 신경낭미충증에 걸린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이 남성은 평소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했음에도 익히지 않은 베이컨 섭취로 인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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