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와 요르단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아랍권 국가로 이주시키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반대하며 피란민들이 다시 가자지구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가자전쟁 휴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29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카이로를 방문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추방이나 이주는 우리가 참여할 수 없는 불의"라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대의에 대한 이집트의 역사적 입장은 결코 타협할 수 없다"며 "이집트는 역내 평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두 국가 해법을 바탕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요르단 왕실에 따르면 압둘라 2세 국왕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두 국가 해법에 따라 팔레스타인인들이 영토를 유지하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게 요르단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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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가자지구가 전쟁으로 황폐해진 만큼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집트나 요르단 등 주변 아랍권 국가로 이주시키자는 발언으로 '인종 청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지난 27일에도 취재진의 질문에 가자지구 주민을 이집트 등으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자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를 만나 가자전쟁 휴전에 따른 인질 석방 등 이행과 가자지구 주민들을 이주시키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 채널 13뉴스는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수백 만 명의 가자인들을 이주해야 한다는 미국의 제안에 따라 가자지구 인구 이동을 위한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양국 정상 간의 만남도 조만간 이뤄진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는 2월 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에 초청된 외국 지도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가자전쟁의 영구 휴전과 이란의 핵 위협,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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