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시작 3일간 무려 86만명에 달하는 여행객이 해외로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에 따르면 설 명절이 시작된 1월 24~26일 국제선 여객수가 86만1366명으로 같은 기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여행객 수인 132만5226명의 65%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설 연휴 시작 기간(2024년 2월 8~10일)과 비교해보면 21.3%가량 급증했다. 반면 같은 시기 국내선 여행객은 46만3860명에 그쳤다.
설 연휴 여행객들이 선택한 여행지 1순위는 일본이었다. 설 시작 3일간 인천국제공항에서 해외로 출발·도착하는 국적사 여행객 47만8126명 중 33.4%에 달하는 15만9767명이 일본행 여행객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1400원 중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도 엔화는 900원대 초반으로 여전히 ‘가심비’가 높기 때문이다. 이어 중국(1377만2415명), 베트남(1072만9557명) 순으로 여행객이 많았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최근 고환율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해외 여행 쏠림이 심해진 이유는 국내 여행지에 대한 만족도가 예전만 같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국내 여행지의 물가는 치솟은데 비해 서비스는 불만족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국내 관광 1번지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비계가 가득한 ‘비계 삼겹살’ 등이 논란이 되며 국내 여행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187만명으로 2023년(1266만명) 대비 6.2%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12.4% 감소했다. 다만 이번 설 연휴에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절이 겹치며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예상치보다 약 12% 높은 23만 1160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 업계에서는 당분간 해외 여행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중국의 무비자 입국으로 중국 방문객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행 업계에서는 다가올 추석엔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여행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추석 연휴는 10월 6~8일인데, 같은 달 3일(금요일) 개천절을 시작으로 주말(4~5일), 추석 연휴 다음날인 9일 한글날까지 최소 7일간 연휴가 이어진다. 연차를 붙이면 최대 10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 연휴’인 것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추석 여행에 대한 문의가 상당히 많았다”며 “올추석 해외 여행객들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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