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정상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며 대응 의지를 모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EU 상반기 순회의장국인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3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비공식 정상회의에 앞서 “완전히 불필요하고 바보 같은 관세 전쟁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EU가 가장 가까운 동맹인 미국에 의해 시험을 받는 동시에 러시아의 위협과 중국의 확장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이는 ‘잔인한 역설’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역시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칼라스 대표는 “미국이 (우리를 상대로) 무역 전쟁에 나서면 한쪽에서 이를 보고 미소 지을 나라는 중국일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필요하고 미국도 우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우선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EU가 자체 관세로 대응할 수는 있지만 협력이 더 중요하다”며 “무역에 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해야 한다”며 “나는 (무역)전쟁이 아닌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만약 우리가 무역 측면에서 공격을 받는다면 유럽은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스스로 일어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유럽에 경종을 울린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유럽연합은 더 단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동맹끼리 다투는 것을 결코 지지하지 않지만,만약 미국이 강력한 관세를 유럽에 부과한다면 우리는 공동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뤽 프리덴 룩셈부르크 총리 역시 “관세는 언제나 나쁘다고 생각한다. 무역에 나쁘고, 미국에 나쁘고, 관세를 부과받게 될 나라에도 나쁘다”며 “똑같은 행위로 대응하는 것이 관세에 대한 답”이라고 피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